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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4년, 홍익대학교의 새 학위복, 최철용, 김진영 교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다
2022년에 시작해 약 이 년간 지속한 학위복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홍익대학교의 첫 독자적인 학위복이니만큼 기념비적인 일이다. 프로젝트를 끝맺으며, 디자인을 총괄하신 최철용 교수님과 디자인을 연구/개발하신 김진영 교수님을 모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대학들이 독자적으로 학위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획일화된 ‘검은 사각모에 검은 망토’ 졸업식 복장을 벗어나 대학들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학위복의 의의에 대해 궁금합니다.
최철용 교수님: ‘우리가 생각하는 홍익대학교의 졸업가운은 어떤 모습일까?’을 중요하게 상상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입는 학위복은 서양 학위복의 형태를 일부 차용해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영어로 ‘가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가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고유성을 넣을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홍익대학교’라는 대학교가 가지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학위복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죠. 철저하게 세상에 없는 학위복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취지였습니다. 두 번째로 홍익대학교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김진영 교수님: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학위복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4년 공부를 하고 졸업하며 학위복을 입게 됩니다. 배움 이후 사회에 나간 각자의 역할, 그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홍익대학교라는 이름에 대한 책임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 품격을 드높일 수 있는 학위복을 구상했습니다.
이전에 홍익대학교는 자체적으로 학위복을 개발한 사례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디자인이 가진 의미가 무엇보다 큽니다. 학위복 디자인이 완료된 지금, 소감을 말해주십시오.
최철용 교수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이 년쯤 됩니다. 지난번에 촬영까지 끝났네요. 학생들이 이 옷을 입고 학위를 받은 후 사회로 나가게 되니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잖아요? 좋은 맺음을 위해 최선을 다해 디자인한 학위복입니다. 우리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가르치고, 홍익대학교 졸업생들이 입는 모습을 상상하며 디자인하였으니 이 한 걸음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영 교수님: 디자인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기존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학위복을 개발하고 선보인 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차별화되는 점은 우리 학교는 단순 패션 디자인을 넘어선 섬유 미술 패션 디자인으로, 직물(textile) 디자인까지 수업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직물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다루는 특성상 우리의 디자인은 직물부터 만들어냈습니다. 기성 원단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직접 원단을 개발하고 자카드로 짜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홍익대학교 학위복의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이번 학위복 디자인에서 가장 공들이신 부분과 만족스러우신 부분을 설명해 주십시오.
최철용 교수님: 몇 가지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었고요, 또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 점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홍익대학교의 정체성을 주는 것, 두 번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때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세 번째는 ‘홍익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홍익대학교 하면 파란색이 생각나잖아요? 홍익대학교의 파란색을 어떻게 만들까, 이것이 주안점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는 세상에 없는 학위복을 만들자는 취지가 깔려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기존 원단과 구분되는 우리만의 소재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것을 학생들과 의논을 거쳐 홍익대학교의 문양을 전통 문양과 결합하였습니다. 한글과 원형무늬로 표현했어요. 원형무늬는 조선시대에 숫자와 복자를 결합해 사용한 역사가 있는데, 장수와 다복을 상징합니다. 홍익인간의 정신에 반영된 것들을 포함하려는 시도였지요.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입니다. 패턴을 디자인할 때 낭비하는 원단 없이 재단해 ‘제로 웨이스트’ 를 실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원단 낭비를 완전히 최소화할 수 있는 재단 방식, 즉 ‘제로 웨이스트 커팅’ 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버리는 원단이 0에 근접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홍익대학교 블루입니다. 더 깊은 색의 파란색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한국의 고유색으로 ‘청현색’ 이라는 색이 있습니다. 이 청현색들을 굉장히 많이 컬러 팔레트로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홍익대학교 블루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들을 한국의 멋스러움, ‘포’, ‘두루마기’와 서양복을 결합한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학위복의 바탕은 한국의 ‘포’에서 영향을 받았지요. 또 완성 시안의 뒷면을 보면 ‘H’가 퍼져나가는 모양으로 되어 있거든요? 이렇게 홍익대학교의 아이덴티티가 숨어 있는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김진영 교수님: 추가하자면 홍익대학교의 아이덴티티를 곳곳에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사모 끝부분에 달린 술에 한글 ‘ㅎ’으로 홍익대를 상징하는 장식을 넣었어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최철용 교수님: 그리고 스툴이라거나, 타이 같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스툴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전통적인 서양의 요소들을 차용했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한국적인 형태로 해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모양을 구상했습니다. 이것은 홍익대학교가 세계적인 대학교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우리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최철용 교수님 소개>
최철용 교수는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공부하시고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패션디자인의 경계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후 Meltin’pot, Redux blue jeans, Wrangler ‘Blue Bell’, Martelli 등 다수의 유럽 브랜드에서 디자인 컨설턴트 및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였다. 2009년 6월, 파리의 MC2 Diffusion Showroom을 통해 본인의 브랜드인 ‘CY CHOI’를 론칭하였고, ‘경계’를 중심으로 매 시즌 미학적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다.
<김진영 교수님 소개>
김진영 교수는 (주) 듀이듀이 여성복 브랜드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이다. 2017년 상하이 패션페어에서는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 브랜드 TOP 10에 선정된 바 있다. 본인 레이블을 통해 여성복, 남성복, 키즈라인, 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 패션위크 2회, 서울 패션위크 5회, 상하이 패션위크 3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이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