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우리 홍익대학교의 제20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영광스런 자리에 섰습니다.
우선 오늘 이 자리를 함께해주시는 이면영 이사장님, 양우석 총장님, 그리고 유동균, 김영종 두 구청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동료 교수님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학생과 동문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리 홍익대학교는 광복 후 맞이한 첫 새해에 개교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그 발전에 가속도를 더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역대 총장님들의 노고와 헌신으로 이룩한 성과를 계승하고, 그동안 축적한 잠재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저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우리 대학이 마주한 많은 과제를 순서에 맞게, 그리고 시기를 놓침이 없이 풀어가야 하는 임무를 받으니 무거운 사명감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생기로 가득해야 할 캠퍼스가 기운 없는 고요함으로 덮인 지 어느덧 두 해에 이르기에 조급함과 걱정도 앞섭니다. 이러한 와중에 학령인구 감소라는 실존적 위협은 우리의 바로 앞에 다가와 냉정한 상황 인식을 요구하고 있어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홍익 가족 여러분,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대로 현실이고, 부딪치며 극복해야 할 현실임을 잘 압니다.
우선 판데믹이 우리에게 던진 판데믹 이후를 위한 숙제를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대학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찾아내야 합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공동체 체험의 장이 되어주는 것이지만 그 기능의 일부가 온전히 작동하고 있지 못합니다. 대학은 이미 상당기간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지식의 전달만이 대학의 기능이라면 인쇄술 발명으로 대학은 존재 이유를 상실했겠으나 오히려 현대로 오면서 대학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었음은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이 그 거동 방식을 수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판데믹과 부딪치며 보내는 현실이 그들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대학이 앞서 진화해야 합니다. 대학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자신을 혁신하여 학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는 그들이 새로운 시대의 첫 개척자가 되어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미 사람만큼이나 많고 사람만큼이나 똑똑한 기계와 함께 공존하며, 나라 간 국경은 고사하고 현실과 가상이 경계도 없이 함께하는 세계를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 걸맞은 소통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판데믹 이후 펼쳐질 또다른 21세기에 대응하여 자연계열, 인문사회계열, 예체능계열 등으로 구분된 각자의 경계를 넘어 지성의 지평을 넓히는 배움터로 진화할 것이며, 모든 학생에게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언어인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활용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전공과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계열과 중첩되지 않게 디자인과 법률, 그리고 컴퓨터와 인문사회과학 등의 교과목을 넓게 수강하도록 교양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편성하여 홍익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추었다는 인증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체계가 이미 낡아 보이는 지금, 가르치는 우리가 오히려 배우는 학생들과 그들을 받아줄 사회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우리의 위치를 스스로 살펴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교수학습지원의 틀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보강하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나아가 대학의 미래 비전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으며, 국제적 협업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 지구촌 각지의 신문명 핫스폿과의 교류를 촉진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홍익 가족 여러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대학의 장기 발전을 위하여 내실을 다지고, 꾸준하게 미래를 준비해 왔습니다. 역대 총장님들의 리더십 하에서 대학 본부의 노력으로 골격을 갖추게 된 대학 발전계획을 차질없이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해답입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캠퍼스의 아트스퀘어는 명실상부 취․창업 교육의 성지로 태어날 것입니다.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는 용광로로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예술적 영감이 어우러지는 생기 넘치는 지혜의 교역항으로 만들겠습니다.
화성의 4차산업혁명캠퍼스는 서울캠퍼스의 공간적 제약을 해소하는 물리적 확장을 넘어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현실의 한계와 격돌하는 현장 중심의 연구와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캠퍼스는 꿈이 있는 모든 이의 메이커스페이스가 되어 홍익대학교 캠퍼스 네트웍의 완성도를 한 차원 끌어 올릴 것입니다. 국토의 중심축을 따라 주요 거점에 조성된 서울의 상수동캠퍼스와 대학로캠퍼스, 화성의 4차산업혁명캠퍼스,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의 세종캠퍼스는 각각 특화된 역할을 통하여 우리의 건학 이념을 실현하는 인프라의 골격으로 또 다른 도약을 이끌도록 발전계획을 끊임없이 다듬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홍익 가족 여러분,
저는 대학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모든 구성원의 요구와 기여를 균형되게 통찰하겠습니다. 참여와 성취를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하여 한정된 재원이 최적으로 배분되도록 숙고를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대학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과 소질이 성과로 발현되고, 전문성이 적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도록 제게 맡겨진 역할을 다하고자 여러분과의 거리를 좁혀 다가가겠습니다. 교원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 모두가 개별적으로, 또는 팀으로 대학과 함께 호흡하는 모든 곳에서 함께할 것이며, 큰 목소리에 덮이는 작은 숨소리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으로 모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홍익대학교는 개교 이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실용적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여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는 데 이바지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이 일관되게 추구한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대학"은 오늘에 이르러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아이콘으로 지구촌 모든 곳에서 자연스레 우리 홍익대가 떠오르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홍익의 모든 구성원이 그동안 하나 된 의지와 굳건한 사명감으로 우리 홍익대학교가 시대를 앞서가는 대학으로 자리 잡게 한 그 발전의 관성이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9월 30일
홍익대학교 제20대 총장 서종욱
담당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