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 HIDE Lab 《형태를 만드는 시간》, 피지컬 AI의 몸과 움직임을 인간 중심 경험으로 설계하다
'ARMS.’ 3부작 두 번째 전시… 작동형 프로토타입으로 Physical UX와 인간–로봇 상호작용 탐구
본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 인간중심통합디자인공학 연구실(Human-Centered Integrated Design Engineering Laboratory, 이하 HIDE Lab)의 전시 《형태를 만드는 시간: 생각·몸·감각의 유형화》가 7월 30일부터 8월 13일까지 서울 마포구 굽네 플레이타운에서 열렸다.
박기철 교수가 지도한 이번 전시는 본교와 굽네 플레이타운이 AI·로봇·모빌리티를 순차적으로 조명하는 ‘ARMS.’ 3부작의 두 번째 순서로, 앞서 열린 『AI POP-UP CINEMA』에 이어 피지컬 AI 시대에 인간과 로봇이 관계 맺는 방식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탐구했다.
HIDE Lab은 ‘Design Physical Experiences for Humans’를 기조로 제품과 로봇, 모빌리티처럼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인터페이스에서 인간 중심의 경험을 연구한다. 형태와 움직임, 인터랙션, 기술을 통합해 사용자가 지능형 제품과 시스템을 보다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이해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의 중심이다.
이번 전시는 연구실에서 축적해 온 Physical UX와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이하 HRI)의 문제의식을 일반 관람객이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전시 언어로 전환했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환경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제품이나 로봇, 모빌리티의 물리적인 몸을 통해 움직이고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전시는 형태 없이 존재하던 AI가 몸을 갖는다면 인간 곁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로봇의 외형뿐 아니라 움직임과 제스처, 시선과 반응 속도, 사용자와의 거리 등이 어떤 인상을 형성하며, 인간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는지를 하나의 연구 과정으로 제시했다.
전시 아트디렉터팀은 차정원(시각디자인과 22), 권대상(시각디자인과 24), 김민재(판화과 22), 김항욱(시각디자인과 23), 김준하(시각디자인과 22), 임다슬(회화과 22), 김도엽(시각디자인과 22) 학우로 구성됐으며, 차정원·권대상 학우가 총괄을 맡았다. 시각디자인과를 중심으로 판화과와 회화과 학우들이 함께 참여해 HIDE Lab의 전문적인 연구 개념을 공간과 그래픽, 영상, 관람 동선으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전공 간 협업의 의미도 더했다.
권대상 학우는 “형태 없이 존재하던 AI가 몸을 갖게 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인간 곁에 존재할 것인지, 이를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며 “생각과 몸, 감각이 점차 구체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시간을 하나의 길처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형태를 만드는 시간’은 완성된 로봇의 외형만을 뜻하지 않는다. 막연한 생각이 움직임과 인터랙션으로 번역되고, 사용자의 감각과 반응을 거쳐 구체적인 경험으로 형성되는 전 과정을 함께 가리킨다.
아트디렉터팀은 본격적인 기획에 앞서 HIDE Lab 연구진과 킥오프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구실의 목적과 개별 프로젝트가 지닌 의미를 파악했다. 차정원 학우는 연구실의 활동을 ‘AI의 형태를 연구하는 과정’으로, 학부와 대학원 연구원이 여러 실험을 거치며 성장하는 연구실 자체를 또 하나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아트디렉터팀은 이 두 흐름을 하나로 묶어 완성된 로봇을 병렬적으로 소개하기보다, 생각과 연구가 형태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전시의 중심에 두었다.
차정원 학우는 “연구실의 목적을 AI의 형태를 연구하는 과정으로 이해했고, 연구실 또한 연구원들이 여러 연구를 거치며 성장하는 과정의 공간으로 바라봤다”며 “두 과정을 연결해 ‘과정의 형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점은 영화 『모던 타임즈』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착안한 전시 공간으로 이어졌다. 아트디렉터팀은 연속적인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컨베이어 벨트의 형태적 특성을 가져오되, 산업화 속 인간의 도구화라는 기존 의미는 덜어내고 ‘Con-veyor’라는 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생각이 몸과 감각을 거쳐 유형화되는 흐름을 공간의 구조로 전환했다.
전시장에는 3D 프린팅을 기반으로 제작한 로봇 프로토타입과 각 프로젝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상이 함께 배치됐다. 완성된 외형을 정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다가갔을 때 로봇이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반응하는지, 몸의 어느 부분이 먼저 움직이는지, 동작의 순서와 리듬이 친근함이나 긴장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이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박기철 교수는 이번 전시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가운데 어느 한쪽의 완성도만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적정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융합됐을 때 기존 영역에 없던 새로운 언어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실의 목적”이라며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순간에만 탐구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성능이나 조형적 완성도 가운데 하나를 강조하기보다, 두 영역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데 연구의 초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Physical UX는 로봇에 부착된 화면이나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것보다 넓은 개념이다. 로봇의 형태와 이동 방식, 시선, 몸짓, 표정, 음성, 조명, 사용자와의 거리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하나의 경험이 형성된다.
사용자가 로봇을 불렀을 때 화면 속 눈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먼저 이동하고 머리와 몸이 차례로 반응한 뒤 사용자를 향해 정렬되는 과정까지 설계해야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상호작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갑작스럽게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대신 작은 몸짓으로 이동을 예고하거나, 로봇의 무게와 관성을 고려해 동작의 준비 과정과 마무리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로봇이 어떤 태도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친밀감과 신뢰, 거부감은 달라질 수 있다.
HIDE Lab은 이러한 행동과 제스처를 설계해 로봇의 의도와 상태를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인간과 로봇이 보다 안정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경험을 연구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주성(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스마트디자인엔지니어링전공 석사과정) 연구원은 HIDE Lab의 연구가 디지털 화면 속 3D 모델링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를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 찾았다. 제품과 사람이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기능적·정서적 반응을 확인하려면, 로봇이 물리적인 형태와 움직임을 갖춘 상태에서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성 연구원은 가정 내 가구와 가전, 사용자의 신체 치수와 접근 범위를 분석해 로봇의 크기와 비례를 정하고, 3D 프린팅을 활용해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수정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김주성 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 소셜 로봇 HESSE는 일반 가전의 버튼 중심 조작을 로봇의 몸짓과 움직임을 활용한 Physical UX로 전환한 사례다. 향수를 분사하는 기능을 손바닥과 손목의 회전 동작으로 구현하기 위해 손 부분을 두 구조로 나누고, 두 개의 움직임 축을 추가했다.
같은 손목 회전 구조는 스피커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으로도 확장했다. 하나의 버튼을 누르는 대신 사람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동작과 메타포를 로봇의 몸짓으로 옮겨,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 자체가 사용자 경험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김주성 연구원은 “기존 가전의 버튼 기반 인터페이스를 피지컬 UX로 전환하기 위해 사람의 일상 행위를 메타포로 가져와 여러 물리적 동작으로 응용했다”며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과 로봇의 정서적 인상이 함께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디자인과 기구 설계의 긴밀한 조율이 요구됐다. 3D 모델링 단계부터 모터의 크기와 배선, 움직임 각도, 외부 쉘 사이의 간섭을 함께 고려해야 했으며, 김주성 연구원은 엔지니어 연구원과 모델링 파일을 수시로 공유하며 실제 구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빠르게 출력한 시제품에 모터를 삽입한 뒤 움직임의 각도와 범위를 확인하고 다시 형태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최적의 모터 배치와 기구 구조를 반영하고자 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로봇의 움직임이 사람이나 동물의 자연스러운 동작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 PUCO의 경우 얼굴과 꼬리의 비례, 몸이 회전하는 중심축의 위치를 조정하며 로봇이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부담을 주지 않는 형태와 움직임을 탐색했다. 기계적으로 가능한 움직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명체의 움직임과 사용자의 반응을 관찰해 정서적으로 수용 가능한 동작으로 다듬은 것이다.
연구실의 프로토타입을 외부 전시 공간에 선보인 경험은 후속 연구의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로도 이어졌다. 김주성 연구원은 관람객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상황에서 로봇의 크기와 손 접근 위치가 적절한지, 움직임이 사용자의 행동 반경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그 결과 HESSE는 현재보다 크기를 다소 확장하더라도 기능적 활용성과 정서적 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형상과 움직임을 고도화하는 후속 디자인에 착수했다.
김주성 연구원은 “실제 구동과 구현이 가능하면서도 사용자에게 기능적·정서적 이점을 제공하는 움직임 기반 UX를 발굴하고,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며 “향후에는 룰 기반 구동을 넘어 AI와 결합한 자동화 움직임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용성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부 전시는 완성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 반응을 통해 새로운 연구 질문을 발견하고 프로토타입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실증의 장으로 기능했다.
박기철 교수는 인간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하는 디자인의 관점이 피지컬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았다.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움직임이라도 사용자에게 위협적이거나 기계적으로 느껴진다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디자이너는 로봇의 외관을 정리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움직임과 행동, 피드백의 방식을 조정해 사람이 안심하고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디자인의 영역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의 UI·UX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고정된 화면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피지컬 AI 시대의 화면은 움직이는 로봇과 모빌리티의 몸에 결합된다. 화면 안의 이미지와 정보 구조뿐 아니라, 로봇의 회전과 가속, 시선과 제스처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박기철 교수는 시각디자이너가 지닌 UI·UX와 서비스디자인 역량이 로봇의 움직임과 행동을 설계하는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대상에 결합된 디스플레이는 고정된 화면과 다른 물리적 조건에 놓이며, 사용자는 화면과 로봇의 몸을 분리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 언어와 인터랙션, 제품의 움직임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로 다루는 관점은 디자인과 공학이 미래 제품의 경험을 함께 설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트디렉터팀은 HIDE Lab 연구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연구의 개념과 개별 프로토타입의 의미를 파악한 뒤, 이를 일반 관람객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흐름으로 조율했다.
작품 배치와 영상 상영, 관람 동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연구자의 관점뿐 아니라 처음 전시를 접하는 관람객의 시선까지 함께 고려했고 여러 전공에서 모인 아트디렉터들은 각자의 시각적 감각과 매체 경험을 결합해 전문적인 연구 내용을 대중적 전시 경험으로 전환했다.
권대상 학우는 “모니터 속에서 상상한 모습과 실제 공간에 전시했을 때의 분위기는 서로 달랐다”며 “작품을 제작한 사람의 시선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의미를 받아들일지를 고려하며 비주얼과 공간을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연구 개념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데서 나아가, 공간의 크기와 조명, 작품 간 관계와 관람객의 이동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하는 아트디렉팅을 실제 현장에서 수행한 것이다.
차정원 학우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것으로 ‘소통’을 꼽았다. 연구실의 전문적인 내용을 전시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아트디렉터가 일방적으로 형태를 제안하기보다 연구진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했다는 것이다.
초기 킥오프 인터뷰에서 형성된 공통의 이해가 이후 공간 기획과 설치 과정의 기준으로 이어졌고, 연구진과 아트디렉터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반이 됐다.
차정원 학우는 “첫 킥오프 인터뷰가 원활하게 진행된 덕분에 이후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고, 쉽지 않은 과정을 함께 완성해준 팀원들에게도 감사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는 전시 기획이 개별 디자이너의 시각적 판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 위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형태를 만드는 시간: 생각·몸·감각의 유형화》는 로봇을 이미 완성된 미래 제품으로 제시하기보다, 인간과 공존할 형태와 움직임을 찾아가는 연구 과정 자체를 공개한 전시였다.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과 행동 디자인, 이를 관람 경험으로 번역한 공간 구성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만날 때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연구 영역이 형성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연구실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을 외부 문화공간으로 옮겨 일반 관람객에게 선보인 과정은 연구 결과를 학내 발표나 전문 학술 환경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대중의 감각과 경험으로 확장했다. 동시에 관람객의 행동과 반응을 통해 로봇의 크기와 움직임, 인터랙션을 다시 검토하고 후속 연구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전시는 연구와 실증이 순환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AI가 물리적인 몸과 움직임을 얻는 시대에는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큼, 어떤 태도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HIDE Lab은 이번 전시를 통해 피지컬 AI의 미래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공감과 섬세한 경험 설계를 통해 구체화된다는 점을 제안했다.
이는 본교의 디자인·공학 융합 교육과 연구가 기술 구현을 넘어 인간 중심의 미래 경험을 설계하고, 로봇 UX와 HRI라는 동시대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