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 학우 3인, 2026 James Dyson Award 국내전 우승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동결 해소를 돕는 스마트 지팡이 ‘Reboot’ 개발
본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 학우 3인으로 구성된 ‘파업세상’ 팀이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동결 해소를 돕는 스마트 지팡이 ‘Reboot’를 개발해 ‘2026 James Dyson Award’ 국내전 우승을 차지했다.
‘파업세상’은 ‘파킨슨 없는 세상’의 줄임말로, 하경민·김혜민·김지훈 학우가 함께하는 팀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동아리로 활동하는 이들은 파킨슨병 환자가 보행 동결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보행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됐으며, 특히 걷던 중 갑자기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굳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워지는 ‘보행 동결’ 증상이 환자의 이동과 독립적인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팀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다른 분야의 역량을 결합했다. 하경민 학우는 사용자경험(UX) 설계를, 김혜민 학우는 제품 디자인을, 김지훈 학우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각각 담당했다.
이들은 파킨슨병 환자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보행 동결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바닥의 문턱을 넘거나 이어폰, 보호자의 발, 지팡이 손잡이 등 눈앞의 장애물을 발판 삼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가 스스로 동결 상태를 해소하고 다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지팡이 ‘Reboot’를 구상했다.
Reboot의 핵심은 단순히 외부 자극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실제 신체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다시 걸음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존의 보행 동결 보조 제품이 사용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외부 자극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Reboot는 동결 전·중·후의 전체 과정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스스로 다시 움직임을 시작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스마트 지팡이를 통해 첫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됐는지 자신의 몸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지팡이가 제공하는 물리적 장애물을 넘는 동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첫걸음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팀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사용자의 안전이었다. 지팡이는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걷고 있는지, 단순히 멈춘 것인지, 보행 동결이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의 센서 신호만으로는 사용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은 지팡이에 가해지는 체중을 감지하는 센서인 ‘로드셀’을 비롯해 서로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여러 센서를 활용했다. 각각의 센서가 다른 센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인 가능성을 보완하도록 설계했으며, 알고리즘의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품을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는 본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에서 쌓은 경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품 구현을 위해서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분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세 학우는 융합전공에서 경험한 협업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의 제품으로 연결했다.
팀은 직접 현장을 찾아 사용자의 어려움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해 작동하는 시제품까지 구현한 프로젝트의 특성이 James Dyson Award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출품을 결정했다.
국내전 우승 소식에 하경민 학우는 “그동안의 노력과 고민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움을 주신 분들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더 많은 분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민 학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프로젝트의 첫 결실을 의미 있게 맺은 것 같아 기쁘다”며 “그동안 James Dyson Award 입상과 국제전 상위 20개 작품(Top 20) 진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국내전 우승을 하게 돼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학우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소식이라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어릴 때부터 감탄하며 지켜봐 온 브랜드의 무대에서 저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결과물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을 볼 때마다 ‘어떻게 작동할까’를 궁금해하던 사람에서 이제 누군가 그렇게 궁금해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 학우에게 수상의 결과를 넘어 사용자를 바라보는 디자인과 기술의 태도를 고민하는 경험으로도 남았다.
하경민 학우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파킨슨병에 대해 진지하게 배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삶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민 학우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며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전공에서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 많은 미대생에게 졸업 작품이 뜻깊은 것처럼 Reboot는 제게 졸업 작품만큼 뜻깊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김지훈 학우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을 대하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기술을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기술을 과도하지 않게 담는 것이 좋은 설계라는 것을 배웠다”며 “효율과 성능만 좇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더 폭넓은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엔지니어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파업세상’ 팀은 이번 수상에 그치지 않고 Reboot의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보행 데이터를 수집해 파킨슨병 환자 개개인의 보행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결 증상에 대응하는 맞춤형 보행 보조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가 직접 확인하고 전문가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제품의 외관과 사용성을 개선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