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80주년 기념전, 〈흰소〉에서 시작해 홍익미술의 흐름을 읽다
소장품과 이경성·이일 아카이브 통해 창작·교육·비평이 축적된 본교 미술사 조명
본교 박물관이 개교 8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홍익미술─시대의 부표, 시대의 아이콘》을 개최한다. 전시는 2026 9월 1일부터 2027 1월 19일까지 문헌관(MH동) 3층 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박물관이 수집하고 보존해 온 작품과 기록 자료를 함께 선보이며, 본교가 한국 근·현대미술의 형성과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돌아보는 자리다.
전시의 출발점은 본교의 상징인 ‘황소’와 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이중섭의 〈흰소〉다. 이 작품에는 강인한 필치로 그려진 소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박물관 학예실은 서면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한 작가의 대표작을 넘어, 전쟁과 혼란을 겪은 예술가의 정신과 한국미술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 시대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시 제목의 ‘부표’와 ‘아이콘’으로 이어진다. 학예실에 따르면 부표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이며, 아이콘은 한 시대의 정신과 가치를 보여주는 존재를 뜻한다.
작품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각 작품이 놓여 있던 시대와 홍익미술의 흐름을 함께 살피려는 기획 의도를 담았다.
전시는 1950~1960년대 본교와 인연을 맺고 창작과 교육을 함께 이어간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변화를 살핀다. 이중섭의 〈흰소〉를 비롯해 김환기의 〈달과 학〉, 이상범의 〈하경산수〉, 천경자의 〈군와〉, 박영선의 〈정물〉, 정규의 〈십자가상〉, 한묵의 〈가족〉 등을 함께 소개한다.
회화와 판화, 조각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김정숙의 〈생〉, 유강열의 〈Work〉, 조복순의 〈수영〉, 하종현의 〈작품 74-A〉 등에서는 추상과 새로운 조형언어가 확장되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작품과 아카이브를 함께 배치한 점도 이번 전시의 주요 특징이다. 아카이브는 인물이나 기관의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모으고 보존한 기록 자료를 뜻한다.
전시장에서는 본교의 초기 역사와 1950~1960년대 교정의 모습, 교수진 관련 자료를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관람자는 작품이 제작된 시기의 교육 환경과 본교 미술대학의 형성 과정을 연결해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미술사학자 이경성과 미술평론가 이일의 자료는 작품을 읽는 시선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학예실은 이경성이 미술사 연구를 바탕으로 미술교육과 제도, 박물관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일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비평과 새로운 조형언어에 관한 논의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두 인물의 기록은 홍익미술의 역사를 작가와 작품뿐 아니라 연구와 비평이 함께 쌓여 온 과정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경성의 글을 통해 이중섭의 작품이 당대에 어떻게 평가됐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관람자가 〈흰소〉를 본 뒤 당시의 비평을 읽고, 다시 작품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구성으로 학예실은 이를 두고 “작품 → 시대 → 비평 → 다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형상과 표현을 감상하는 일에 당시의 해석을 더해, 하나의 작품을 여러 층위에서 읽도록 한 것이다.
소장품을 중심에 둔 선택에는 대학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학예실은 “박물관의 소장품은 단순한 미술품의 목록이 아니라, 홍익대학교가 한국미술의 역사와 함께해 온 시간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개교 80주년을 맞아 외부 대여 작품을 늘리기보다, 오랫동안 수집하고 보존해 온 소장품 자체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별도의 연계·교육 프로그램보다 전시 구성 자체를 통해 미술교육과 한국 근·현대미술의 관계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학예실은 당시 본교에서 활동한 작가들이 창작과 교육을 함께 이어갔다는 점에 주목하며, 홍익미술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한국 현대미술이 어떻게 교육되고 다음 세대로 전해졌는지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학우들에게는 자신이 공부하는 공간을 앞선 예술가와 교육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했던 장소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학예실은 관람객이 작품을 어렵게 공부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기보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발견하기를 바라며 “앞으로 한국미술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기념전은 지난 80년의 예술적·교육적 유산을 돌아보면서, 그 의미를 다음 세대와 나누는 데 시선을 둔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는 점심시간으로 운영하지 않으며, 주말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관우 기자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황예은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