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그러나 묵직하게 — 제52회 조소과 야외조각전 〔Soft Landing〕
유영의 시간을 지나 전시 주제 〔Soft Landing〕이 말하는 것
본교 조소과는 6월 9일부터 22일까지 제52회 야외조각전 〔Soft Landing〕을 개최했다. 교내 야외 공간 전반을 무대로 펼쳐진, 올해 전시는 ‘Soft Landing(사뿐한 착륙)’을 주제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가는 청년들의 감각과 시선을 조각 작품으로 풀어냈다.
참여 학우들은 각자의 언어로 세상과의 관계를 해석하며 불안과 기대, 탐색의 과정을 형상화했다. 전시 기획 노트는 “낯선 공간을 부유하던 형상들이 어느새 저마다의 익숙한 지면을 선택해 몸을 기댄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졸업과 사회 진입을 앞둔 청년들이 마주하는 불확실성과 성장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별도의 전시장을 두지 않고 서울캠퍼스의 잔디밭, 도서관 앞 광장, 캠퍼스 숲속, 건물 사이 통로 등 캠퍼스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각 조각은 주변 공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저마다의 착지 지점을 형성하며,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캠퍼스 풍경 속에 자리한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예상치 못한 사유의 계기를 제공한다. 본 기사에서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우수한 7인의 조각가를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예빈 〈Castor와 Pollux〉 | 유리 블로잉 및 혼합재료
〈Castor와 Pollux〉는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두 마리의 양을 통해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탐구한다. 작품은 마크 피셔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개념을 바탕으로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감각을 시각화한다. 제목은 그리스 신화의 쌍둥이 형제에서 차용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인식의 경계를 암시한다.
신이레 〈/|\〉 | 비계 파이프, 줄, 천 / 〈HALO〉 | FRP
신이레는 〈/|\〉와 〈HALO〉를 통해 공동체와 상호의존의 의미를 탐구한다. 〈/|\〉는 바람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천 조각들을 통해 공동체의 유동성을 표현하며, 〈HALO〉는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를 통해 독립과 의존의 관계를 드러낸다. 두 작품은 자립과 연대 사이에서 형성되는 균형과 긴장에 주목한다.
이은샘 〈How are you(room for one)〉 | 실리콘, 페트병, 혼합재료, 가변설치
〈How are you(room for one)〉은 자취방에 쌓이는 생수병과 반복되는 일상의 흔적을 통해 평범한 하루의 시간을 시각화한 설치 작품이다. 버려도 다시 쌓이는 사물들은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과 무게를 상징한다. 작품은 특별한 사건보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의 의미에 주목한다.
장선재 〈Lyingwalk〉 | 컨베이어 벨트, 디지털 프린트, 아연도금 각관, 가변 설치
〈Lyingwalk〉는 캠퍼스에 머무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한 작품이다. 작품은 원형 구조물을 컨베이어 벨트로 감싸 캠퍼스 자체를 고정된 장소에서 분리된 이동의 공간처럼 보이게 만든다. 또한 방향이 뒤집힌 무빙워크의 형상을 통해 ‘머무는 몸’을 이동의 대상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한 장소 안에서 공존하는 서로 다른 체류의 시간을 드러내며 머무름과 이동의 경계를 탐구한다.
전준수 〈Systemic Noise〉 | 농업용 FRP 지지대, 검은 망사, 방충망
〈Systemic Noise〉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한 대형 설치 작품이다. 여러 겹으로 중첩된 망사는 시야를 가리면서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아 현실을 온전히 바라보기 어려운 사회적 상황을 상징한다. 작품은 사안의 본질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시각화하며 관람객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최예은 〈들어올리기〉 | 투명 FRP
〈들어올리기〉는 바닥에 놓인 사고석을 수직으로 세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안하는 작품이다. 투명 FRP로 제작된 구조물은 익숙한 재료의 질감과 형태를 눈높이에서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으로 지나치던 공간 요소를 낯선 대상으로 전환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인식의 확장을 탐구한다.김경준 〈E202 번아웃 사건〉 | PETG, 3D Modeling
〈E202 번아웃 사건〉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번아웃 경험을 하나의 수사 서사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캐릭터들은 쓰러진 인물을 둘러싸고 번아웃의 원인을 추적한다. 친근한 캐릭터와 사건 현장을 연상시키는 구성은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소진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
제52회 야외조각전 〔Soft Landing〕의 열 작품은 각자의 방식으로 캠퍼스에 내려앉았다. 서로 다른 질문과 시선으로 출발한 조각들은 잔디밭과 광장, 숲길과 건물 사이를 채우며 일상의 공간을 또 다른 사유의 장소로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황예은 기자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연준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