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건축학과 백민서·염선웅 학우, 정림학생건축상 2026 입선
388개 참가팀 중 최종 15팀 선정…〈지붕이 주는 기쁨〉으로 도시 공동성 회복 가능성 제안
본교 건축도시대학 건축학부 건축학과 백민서·염선웅 학우가 작품 〈지붕이 주는 기쁨〉으로 ‘정림학생건축상 2026’에서 입선했다. 두 학우는 서울역 뒤편 서계동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건축 요소인 ‘지붕’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적 장치로 재해석했다.
정림학생건축상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정림건축이 후원하는 학생 건축 공모전이다. 2005년 시작된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매년 사회와 도시, 공간에 관한 동시대적 의제를 제시해 학생들이 이를 건축적 관점에서 탐구하도록 하고 있다. 역대 공모에서는 재난건축과 청년 주거, 한국성,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기존 건축물의 재활용 등 건축을 넘어 사회 전반과 연결되는 주제를 다뤘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은 정림학생건축상을 단순히 과제에 대한 해답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심사위원과 멘토, 참가자, 청중이 함께 배우고 연구하는 ‘공동 연구의 장’이다. 설계 결과물의 조형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와 도시를 바라보는 문제의식, 현장에 대한 관찰과 리서치, 아이디어를 건축과 도시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6년 공모의 주제는 〈우리 어떡해〉였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개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누구와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건축과 도시의 언어로 구체화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 대회에는 총 388팀이 참가 신청했으며, 심사를 거쳐 단 15팀만이 최종 공개 심사에 진출했다. 백민서·염선웅 학우의 〈지붕이 주는 기쁨〉도 치열한 심사를 통과해 최종 15개 작품에 포함됐다.
최종 심사 결과 15개 본선 진출팀 가운데 5팀이 대상을, 10팀이 입선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입선은 단순한 참가상이나 예선 단계의 선정이 아니라, 388개 참가 신청팀 가운데 최종 공개 심사에 진출해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친 본선 수상에 해당한다. 오랜 역사와 엄격한 심사 과정, 높은 본선 진출 경쟁률을 고려하면 정림학생건축상은 건축 전공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의식과 설계 역량을 건축계에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학생 건축 공모전 가운데 하나다.
〈지붕이 주는 기쁨〉은 지붕 아래에 머물 때 느끼는 안정감과 편안함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지붕은 일반적으로 비와 햇빛을 막는 기능적 요소로 인식되지만,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지붕 자체보다 그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공간과 사람들의 행동에 주목했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어닝(awning) 아래에 모여 물건을 사고팔고, 더운 날에는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햇빛 가리개 밑에 모인다. 마을 정자에서는 주민들이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한옥의 처마 밑은 실내와 외부를 잇는 머무름의 공간이 된다. 이처럼 지붕 아래는 완전히 닫힌 실내도, 아무런 보호가 없는 외부도 아닌 반외부적 공간이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이러한 반외부적 공간이 특정 목적이나 이용자를 전제로 한 실내 커뮤니티 시설과 달리, 길을 지나던 사람도 부담 없이 잠시 머물고 이웃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작품에서 지붕은 사람들에게 만남을 강요하는 시설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생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작품의 대상지는 서울역 뒤편에 자리한 서계동이다. 서울역 전면부가 대규모 업무·교통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한 것과 달리, 서계동에는 오래된 주택과 빌라, 좁은 골목길이 남아 있다. 봉제공장과 만리시장, 동네 슈퍼와 게스트하우스 등 주거·상업·산업 기능도 복합적으로 혼재한다.
재개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진 서계동은 물리적인 노후화뿐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을 지속해서 살아갈 장소보다 언젠가 떠나야 할 곳으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두 학우는 재개발의 지연과 불확실성이 주민들의 공동체성을 약화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계동의 공동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 않았다. 주민들이 화분과 배수구, 우편함 위에 작은 덮개나 지붕을 덧대 사용하는 모습과 골목 곳곳에 축적된 생활의 흔적을 관찰하며,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미세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지붕이 주는 기쁨〉은 서계동의 기존 도시 구조를 대규모로 철거하거나 새로운 시설로 대체하는 대신, 주민들의 생활이 축적된 장소에 작은 지붕과 구조물을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오래된 동네의 시간과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 새로운 머무름과 만남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다.
작품은 서계동에서 발견한 막다른 골목과 동네 슈퍼, 필로티 주차장, 시장 뒷골목을 바탕으로 네 가지 건축적 장면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막다른 골목길을 덮는 지붕이다. 여러 주택이 함께 사용하는 나대지와 골목에 목재 및 철제 프레임과 투명한 지붕이 중첩된 구조물을 설치한다. 이 구조물은 기존의 나무를 품으면서 골목 일부를 덮고, 주민들이 잠시 머물거나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공유 공간을 형성한다. 개별 주택에 속하지 않는 골목의 빈 공간에 머무름과 만남의 기능을 더한 것이다.
두 번째는 동네 슈퍼를 재구성한 ‘슈퍼 플랫폼’이다. 봉제업과 주거 기능이 혼재한 서계동에서는 봉제 물품의 배달과 택배 이동이 빈번하다. 두 학우는 동네 슈퍼에 택배 보관소와 휴게 공간을 결합해 주민과 노동자, 배달원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 거점으로 재해석했다. 슈퍼 주변에 덧붙이는 지붕 구조는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장치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로 계획됐다.
세 번째는 필로티 주차장의 재발견이다. 경사지 빌라 아래에 형성된 필로티는 주로 차량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지만, 외부를 향해 열린 시야와 반외부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학우는 기존 건물과 분리된 목구조 프레임을 삽입해 간접적인 빛이 들어오도록 하고, 어두운 주차장 일부를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라스와 공유 공간으로 전환했다.
네 번째는 만리시장 뒷골목의 ‘봉제 브릿지’다. 주차 공간과 봉제공장이 혼재한 이곳에 그레이팅 소재의 브릿지를 설치해 아래 공간의 채광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봉제공장 사이를 연결한다. 봉제업 종사자들이 이동 중 서로를 마주치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자, 아래에서 바라보면 또 하나의 지붕이 되는 구조물이다.
이처럼 〈지붕이 주는 기쁨〉은 거대한 개발이나 대규모 신축보다 기존 도시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주목한다. 막다른 골목과 슈퍼 앞의 빈자리, 필로티 주차장과 시장 뒷골목은 이미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도시계획이나 건축 설계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기 쉬운 장소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이러한 도시의 틈을 주민들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잠재적인 공동 공간으로 바라봤다.
작품에서 지붕은 과거의 흔적을 덮어 지우는 장치가 아니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 주민들의 생활 방식 위에 조심스럽게 덧붙여져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드러내고 강화한다. 이는 섬세한 관찰과 현실성 있는 리서치, 깊이 있는 사고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한 이번 공모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최종 심사위원단은 본선에 오른 15개 작품이 완성도를 기본으로 하면서 주제 해석과 리서치 방식, 프로그램의 적용, 표현 방법과 스케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붕이 주는 기쁨〉의 입선은 익숙한 지붕이라는 요소를 개인의 감각에서 출발해 골목과 동네, 도시의 공동성으로 확장한 시도가 인정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은 개인의 관심이나 관찰에서 시작해 그것이 건축, 나아가 도시 단위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공모전이었다”며 “이러한 공모전에서 저희의 아이디어가 입선작에 들게 돼 뿌듯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시작점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지붕 아래의 감각이었다. 염선웅 학우는 “아파트에서 자라 한옥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저희조차 한옥의 처마 밑에 있으면 본능적으로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며 “이러한 ‘지붕 밑의 공간’에 주목했고, 이 경험이 건축과 도시의 범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백민서·염선웅 학우가 지붕을 공동성과 만남의 장치로 해석한 이유도 일상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백민서 학우는 “시장에서는 어닝(awning) 아래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더운 여름날에는 햇빛 가리개 밑에 모여 신호를 기다린다”며 “마을 정자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거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붕 아래의 공간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으는 공동체적 특성을 지니며, 내부화된 커뮤니티 시설보다 열린 반외부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대상지로 서계동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 지역이 겪고 있는 변화와 공동체성의 약화가 있었다. 염선웅 학우는 서계동을 “서울역 전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으며, 서울에 몇 곳 남지 않은 달동네”라고 설명했다. 인근 청파동과 비교해도 1980~1990년대에 지어진 빌라와 그 이전에 세워진 주택이 다수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계동은 흔히 생각하는 달동네의 정겨운 모습과 달리 재개발이 오랜 시간 연기되면서 주민들의 공동체성이 많이 약화했다고 생각했다”며 “계속 살아갈 동네라기보다 살다가 언젠가는 떠날 곳처럼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역에 남아 있는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백민서 학우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동네의 미세한 커뮤니티를 조금 더 드러내고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개인화돼 가는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공동성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구상한 지붕의 아이디어가 서계동에 적용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설계했다.
작품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지붕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염선웅 학우는 “지붕은 하나의 건축 요소일 뿐만 아니라 공간성을 지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 가깝다”며 “지붕의 역할이 동네 단위로 확장됐을 때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고, 동네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그려보는 것이 저희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는 대상지를 외부인의 시선으로만 해석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백민서 학우는 “단순히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네에 대한 해석에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며 “부족한 시간 안에서도 서계동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획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계동의 물리적·시간적 특성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그는 “오랜 시간의 흔적이 쌓이며 노후함과 빈티지함이 공존하게 된 서계동의 분위기에 어떤 디자인이 어울릴 것인지 고민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환경을 지우고 새롭게 만드는 대신, 지역에 축적된 시간과 생활의 흔적을 존중하며 작은 구조물을 덧붙이는 작품의 설계 방식으로 이어졌다.
백민서·염선웅 학우는 앞으로 고밀화된 서울에서 리모델링의 가능성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서울에는 더 이상 지을 곳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이미 고밀화된 서울에서 리모델링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은 신축과 달리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며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러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리모델링의 풍경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심은 서계동의 오래된 구조와 생활 흔적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쓰임과 관계를 더한 〈지붕이 주는 기쁨〉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된다.
〈지붕이 주는 기쁨〉은 건축이 반드시 크고 새로운 건물을 통해서만 도시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작은 지붕 하나도 사람을 머물게 하고 우연한 만남을 만들며, 단절된 공간과 관계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상은 백민서·염선웅 학우의 아이디어가 참신성뿐 아니라 현장 리서치의 깊이와 사회적 문제의식, 건축적 표현, 도시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본교 건축학과 학우들이 도시의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생활과 관계를 세밀하게 읽고, 이를 건축적 언어로 구체화한 성과로 평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안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