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미술대학 홍경희 명예교수, 2025 목양공예상 수상
금속공예 50여 년 작업 세계와 후학 양성 공로 인정… 전통 금속기법과 현대적 조형 실험으로 한국 현대공예 발전에 기여
본교 금속조형디자인과 홍경희 명예교수가 한국공예가협회가 선정한 2025 목양공예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지난 2026년 2월 21일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에서 개최됐다.
목양공예상은 한국 현대공예 발전에 기여한 공예가 고(故) 목양(木羊) 박성삼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박성삼 선생은 194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떡갈문양 소반’으로 입선하며 본격적인 목공예가의 길을 걸었으며, 해방 이후 한국 목공예계를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전통 목공예의 제작 정신과 조형미를 바탕으로 일상 기물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한국 공예의 현대적 가능성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work 82-1>
목양공예상은 공예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조명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예가 단순한 장식이나 기능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미감과 생활문화,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예술 형식임을 보여주는 상으로 자리해 왔다. 이번 홍경희 명예교수의 수상은 금속공예 작가로서의 오랜 작업 성과와 교육자로서의 공헌을 함께 인정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홍경희 명예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본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오사카예술대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한민국공예대전 대상,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상공부장관상 및 무역협회 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개인전 12회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외 초대전에 참여하며 한국 금속공예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국내외에 알려 왔다.
<work 84-3>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홍경희 명예교수의 작업이 한국 현대공예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국제 공예·미술계에서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음을 보여준다.
홍경희 명예교수의 작업은 전통 금속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판금, 단조, 상감 등 금속공예의 기본적이면서도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기법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조형성을 함께 갖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초기에는 기물과 장신구를 비롯한 생활 공예의 영역에서 금속의 물성과 쓰임을 탐구했으며, 이후 조형물과 가구, 입체 작업, 평면 작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며 금속공예의 표현 가능성을 넓혀 왔다.
<모년모월모시>
특히 그의 작품 세계는 금속이라는 단단하고 차가운 재료 안에서 생명성과 감각의 흐름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 왔다. 금속은 두드리고, 늘리고, 녹이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형태를 바꾸는 재료다. 홍경희 명예교수는 이러한 물성을 단순한 제작 기술로만 다루지 않고, 시간과 노동, 감각이 축적되는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금속 표면의 질감, 반사, 무게감, 색채, 구조는 그의 작업에서 사물의 기능을 넘어 삶과 자연,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1990년대 이후 그의 작업에서는 자연의 생명성과 생성의 이미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나무, 생명, 성장, 흔적과 같은 주제는 금속이라는 재료와 결합하며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나무의 형상이나 자연의 구조를 금속으로 구현하고, 거울과 같은 실용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들은 공예가 지닌 쓰임의 속성과 조형예술의 독립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생활 속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공예가 인간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사랑 매듭>
홍경희 명예교수의 대표 작품으로는 1984년 제작된 〈Work 84-III〉, 1988년의 〈모년모월모시〉, 〈사랑매듭〉, 〈축배〉, 1994년의 〈자연법칙〉, 〈생기듯 사라지고〉, 〈사색 94-I〉, 2001년의 〈Incubation period〉 연작, 2014년의 〈Mubi〉 연작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금속 재료의 물성, 형태의 긴장감, 회화적 감각, 공간적 확장성을 함께 보여주며 홍경희 명예교수의 작업 세계가 특정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자연법칙>
홍경희 명예교수는 창작 활동과 함께 교육자로서도 본교 금속공예 교육의 기반을 넓혀 왔다. 본교 미술대학장, 산업미술대학원장, 현대미술관장, 박물관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의 미술·공예 교육과 전시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특히 본교 미술대학장 재임 시기에는 홍익대 미술대학의 국내외 활동 기반을 넓히는 데 힘썼으며, 후학 양성을 위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2014년에는 본교 미술대학·대학원 교수작품전 추진 과정에서 미술대학장으로서 교수진과 함께 학생 파견 및 교육 기반 마련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본교 미술대학 교수진은 작품 출품을 통해 후학 양성 기금 마련에 동참했으며, 이는 본교 미술대학의 교육적 책임과 공동체적 예술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그는 작가이자 교육자, 행정가로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전통과 미래를 잇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incubation period 001-01>, <incubation 2012-02>
홍경희 명예교수의 교육 활동은 단순히 기법을 전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금속이라는 재료를 통해 학생들이 재료의 성질, 제작 과정, 생활문화, 조형적 사고를 함께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공예가 지닌 기능성과 예술성, 전통성과 현대성, 손의 노동과 개념적 사유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관점은 그의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본교에서 배출된 여러 금속공예 작가와 디자이너들에게 그의 작업과 교육은 중요한 기반이 됐다.
홍경희 명예교수는 수상 소감을 통해 “한국공예가협회에서 수여하는 목양공예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오랜 시간 공예에 뜻을 두고 살아온 작가로서 깊은 감사와 겸손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197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입학 후 금속공예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난 반세기를 "금속과 불, 그리고 손끝의 감각 속에서 지나온 시간"이라 회고하며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나래를 펴고>
그는 공예를 '제단 위의 예술이 아닌 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이라 칭하며, 일상의 한복판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자 묵묵히 노력해 왔다고 회고했다.
특히 두드리고 녹일 때마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금속을 가능성의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믿음직한 동반자'라 부르며, 그 물성을 빌려 자신만의 깊고 따뜻한 조형 세계를 빚어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 강단에서 젊은 제자들과 함께 호흡했던 시간은 그의 예술적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 준 크나큰 배움의 여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끝으로 홍경희 명예교수는 곁을 지켜준 동료와 대중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 상이 남은 작업 여정을 더욱 빛나게 하는 소중한 격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은 홍경희 명예교수가 반세기 넘게 이어 온 금속공예 작업의 성취를 조명하는 동시에, 본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현대공예의 토대를 넓혀 온 공로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전통 금속기법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적 조형 실험을 지속해 온 홍경희 명예교수의 예술적 성취와 교육적 발자취는 후학들에게 중요한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안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