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디자인과 학부·대학원생 6인, 첫 ZINE·ARTBOOK FAIR 개최
MEGA zigzag, 제작을 넘어 외부 기획·운영까지 창작 환경 직접 설계
본교 시각디자인과 학부생 3인과 대학원생 3인으로 구성된 콜렉티브 ‘MEGA zigzag’가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메가지그재그에서 첫 번째 ZINE·ARTBOOK FAIR를 열었다. 행사는 양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으며,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DJ 세트도 함께 운영됐다. 이번 행사는 작업 발표를 넘어, 창작자와 독자가 실제로 만나고 독립출판물이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접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후쿠오카 아트북 페어 지원을 위해 세 명의 멤버가 한 팀으로 모인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작업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출판과 물성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인원들이 합류하며 현재의 구성이 만들어졌다. 구성원들은 모두 출판에 관심이 있고, 아날로그 매체가 주는 물성과 촉각적 감각에 매력을 느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세부적인 작업 방향은 다르지만,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종이 위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감각이 팀을 묶는 중심이 됐다.
팀은 자신들을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독창적인 서사를, 종이에 담아내는 아트북 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이는 고정된 정의라기보다, 서로 다른 작업을 느슨하게 묶어내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실제로 구성원마다 비중을 두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멤버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여러 페이지가 있는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또 어떤 멤버는 이야기와 서사에서 오는 매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매체 역시 반드시 종이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아트북’이라는 단어가 현재의 팀을 가장 넓고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라는 판단 아래, 이번 행사 역시 ZINE과 ARTBOOK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이번 페어는 작업실을 얻은 뒤 처음으로 MEGA zigzag를 외부에 소개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팀은 작업실 오프닝을 고민하던 중, 모두가 책을 만드는 일을 즐기고 있으며, 책이야말로 작업자로서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매체라고 느꼈기에 북페어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창작자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이에 직접 작가를 모집하는 오픈콜 형태의 북페어를 열었고, 최대한 참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판매 수수료 없이 최소한의 참가비만 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또 여러 부를 만들기 어려운 작업을 고려해 전시만 가능한 항목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직접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북페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도 자리하고 있다. 팀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북페어가 활발히 열리고 있지만, 실제로 참가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참가를 지원하는 사람은 많아졌고, 일부 페어에서는 책 자체보다 굿즈나 판매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페어는 가능한 한 참가 허들을 낮추고, 창작자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가가 직접 부스를 운영하는 방식보다 위탁판매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MEGA zigzag가 이번 페어에서 특히 ZINE과 ARTBOOK을 중심으로 오픈콜을 진행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팀은 진과 아트북이 모두 창작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매체이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다고 보았다. 진은 비교적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좁거나 시의성 있는 주제를 빠르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반면 아트북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문제의식과 형식을 보다 공들여 만드는 매체다. 팀은 이 두 매체를 한 공간에 모음으로써 서로 다른 밀도와 리듬을 지닌 작업들이 공존하는 페어를 만들고자 했다. 동시에 두 매체 모두 판매 효율보다는 표현의 개성과 물성, 형식적 실험에 더 가까운 매체라고 보고, 바로 그 점에서 진과 아트북의 가능성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행사 기획 과정에서 팀이 가장 중요하게 세운 기준은 “최대한 많은 창작자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작업을 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책의 분량이나 형식, 완성도보다도 작업 그 자체가 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었다.
또한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누군가가 인상 깊게 보고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는 행사이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실제로 팀은 참여한 책 하나하나에 추천사를 작성했고, 토요일 밤에는 작가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데이를 운영했다. 이는 이번 페어가 단순 유통의 장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서로를 고무하고 연결하는 느슨한 커뮤니티로 기능하기를 바랐던 의도를 보여준다.
MEGA zigzag는 이번 페어를 통해 특정한 관계와 감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고도 말했다. 팀은 독립출판물이 기존 출판물에 비해 덜 정제된 감정과 더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객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사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창작을 계속해보고 싶다는 자극이 되는 자리라면 성공적인 행사라고 본 것이다.
물론 실제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컸다. 팀이 가장 크게 꼽은 것은 공간의 제약이었다. 모집부터 행사 진행까지의 준비 기간이 짧았고, 추가적인 공간을 확보할 시간이나 여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된 공간 안에 더 많은 책과 더 많은 사람을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청자 전원을 수용하지 못한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동시에 공간의 한계 때문에 다른 북페어에서 자주 진행되는 연사 초청이나 워크숍 등의 부대 프로그램을 충분히 운영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다만 팀은 이러한 제약을 단지 한계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만의 규모와 특성을 가진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페어의 핵심은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교내에서 축적한 제작 경험을 외부 창작 환경의 기획과 운영으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학교 안에서의 작업이 주어진 과제와 형식 속에서 전개된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어떤 작업을 모을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지, 어떤 관계를 만들어낼 것인지까지 직접 결정해야 했다.
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이 작동하는 환경 자체를 설계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시각디자인 대학원생 3인과 학부생 3인이 함께 행사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이번 페어는 학부와 대학원이 각기 축적해 온 제작 감각과 문제의식을 외부의 실제 창작 장으로 연결한 사례로도 읽힌다.
결국 이번 <MEGA zigzag 1st ZINE & ARTBOOK FAIR>는 작업 발표나 판매의 자리를 넘어, ‘왜 지금 또 하나의 북페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팀이 스스로 내놓은 첫 번째 응답이었다.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작업을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장을, 독자에게는 아직 책장에서 꺼내지지 않았던 작업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자리를, 그리고 팀 자신에게는 앞으로의 방향을 더 분명히 다듬어갈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작업실 오프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MEGA zigzag가 자신들만의 질문과 감각을 바탕으로 어떤 창작의 장을 이어갈지 기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