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교수, 본교서 인구·노동의 미래 강연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를 중심으로 저출산·고령화가 노동시장과 도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
지난 4월 23일, 본교 와우관에서 OMA×홍익대학교 ‘축소도시’ 특별강연시리즈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이철희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문제는 총량이 아닌 '미스매치'
이 교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수치가 실제 노동 인구 변화를 과장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이 40%에 육박하고, 향후 고학력 고령자의 비중이 많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성을 조정한 노동 투입은 25년 후까지도 현재의 9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량에서 노동 부족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진짜 문제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사회복지서비스업·음식점업·운송업 등 저임금 업종은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부동산업은 고령자 공급이 오히려 늘어난다. 30세 미만 경제활동인구는 20여 년 후 절반으로 줄 전망으로, 청년 인력의 역량이 낭비되지 않도록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돌봄 수급 불균형, 구체적 수치로 경고
의료 수요는 인구 감소에도 2050년까지 고령화 효과가 압도하지만 과목별 편차가 크다.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는 수요가 줄고, 신경과·흉부외과는 인력 부족이 심화된다. 2050년까지 약 2만 2천 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돌봄 분야는 더욱 긴박해 2043년까지 요양보호사 부족 인원이 약 99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스마트한 주거·도시 설계를 통해 공적 돌봄 없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축·도시 설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비어가는 지방 도시, '20~30분 도시'로 대응해야
수도권 외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분만실의 40%가 줄었고 시군구의 30%는 분만실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모든 지역을 균등하게 살리는 대신 거점 중심으로 행정을 통합하고 20~30분 내 최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설계를 제안했다.
질의응답에서는 AI 기술의 인력 대체 가능성과 소멸 지역 재정 지원 문제가 논의됐다. "AI는 고임금 업종을 주로 대체해 저임금 분야의 부족 문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소멸 지역 주민의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가볍게, 유연하게, 기민하게. 어떤 미래가 닥치든 유연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낭비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줄어드는 청년, 늘어나는 고령자, 비어가는 지방 도시 앞에서 건축과 도시 설계의 역할을 되묻게 하는 강연이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장예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