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동문 윤인선 작가, 화랑미술제 특별전 ZOOM-IN Edition 선정
본교 동문 윤인선 작가, ZOOM-IN 10인에 선정
지난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로, 회화·조각·미디어·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특히 주목받은 전시는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7”으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신진 작가 10인이 선정되어 참여하였다.
<현실 이동 대기열 Transurfing Queue>, UV print on plexiglass & digital print on wall, 35×45, 80×70, 600×220cm, 2025
코엑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컬렉터부터 미술 애호가, 학생들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그 중에서도 “ZOOM-IN” 부스는 한층 젊고 실험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4월 9일에는 현장에서 토크 프로그램도 열렸다. 본교에서 수학 중인 미술비평가 윤태균(예술학과 17, 동 대학원 박사과정)이 진행을 맡아 윤인선 작가의 디지털 작업과 인터미디어적 실천에 관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ZOOM-IN Edition 선정 작가 중 본교 동문의 이름이 있었다. 예술학과(00)를 졸업하고 2017년 미술학과(회화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윤인선 작가였다. 10여 년간 전통 회화 작업을 이어오다 2015년부터 벡터 그래픽 기반의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전환한 후,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국내 미술계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형 월 그래픽과 디지털 회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주요 출품작인 <현실 이동 대기열 Transurfing Queue>과 <일시적 트랜스 Transient Trance>는 스트라이프를 기조로 한 기하학적 그래픽이 교차하며 특유의 셔플(shuffle) 구조를 이루고, 시작과 끝이 하나가 되는 원형적 구조가 화면 가득 펼쳐지는 작품들이다.
윤인선 작가의 토크는 디지털 작업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부수고,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이어가는 수행적 시간이 “회화적 노동”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화면에 예시적으로 공개한 그래픽 파일은 셀 수 없이 많은 레이어들이 끝없이 중첩된 “두꺼운” 표면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리추얼, 그리고 시각적 만트라
인터뷰에서 윤인선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제 작업은 벡터 그래픽의 양산성과 무상함을 반복하여 유일무이성과 숭고의 경험으로 변용시키는 리추얼(ritual)입니다. 그리고 어떤 명상적인 경험, 영적인 순간으로 이동하는 시각적 만트라(mantra)이기도 합니다. 반복하고 재배열하고 덮어쓰는 이미지의 세계는 갑자기 섬광처럼 찾아올 트랜스(無我)의 순간이 기다리는 대기열(queue)이 됩니다.”
회화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회화는 저에게 여전히 첫사랑이자 본향 같은 느낌입니다. 특정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날 문득 계시를 받은 것처럼 모니터 앞에서 디지털 회화를 시작했어요. 완벽한 직선을 무한 반복할 수 있고, 두께가 쌓이지 않는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후 저의 벡터 그래픽 작업은 평면, 입체, 영상, 미디어 설치 등의 인터미디어적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동시대 예술의 의무
AI와 생성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유의미한 위치와 태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AI 기술, 생성 이미지, 미디어 콘텐츠가 주도하는 환경에서 시각 예술은 수많은 도전과 해체, 그리고 가능성이 집결하는 접전지가 되었습니다. 예술이 기술을 전복적으로 사용하는 의무를 부여 받은 이 시대에, 디지털이 지워가는 고유성과 윤리성을 복원하는 이 작업은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정치적 실천입니다.”
<일시적 트랜스 Transient Trance>, digital print on paper, 90×90cm, 2024
마지막으로 윤인선 작가는 후배 홍익인들에게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이 쌓아온 전통과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국내외 미술계 전반에서 활약하는 동문들의 저력은 후배님들에게 큰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미술을 전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전업 작가의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창작과는 별개의 생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유연하고 멋진 행보를 늘 응원하겠습니다.” 10년 넘게 쌓아온 작업 세계를 바탕으로 화랑미술제 무대에 선 윤인선 작가. 그의 작업은 관람객을 문득 섬광처럼 찾아오는 무아(無我)의 순간이 기다리는 “대기열”로 초대하고 있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장예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