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미술학과 이남경 학우, 제7회 DB그룹 미디어아트 공모전 2등 수상
수상작 〈사이의 시간〉, 실의 물성과 AI 미디어를 결합해 인간 존재의 불안과 회복을 탐구
본교 이남경 학우(미술학과 회화 박사과정)가 제7회 DB그룹 DB월드 주최 Art Awards 미디어아트 공모전에서 수상작 〈사이의 시간 The time in-between〉으로 학생부 2등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회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온 이 학우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미디어아트와 생성형 AI 기반 영상 작업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DB그룹 미디어아트 공모전은 DB월드가 주최·주관하고 DB손해보험과 환경재단이 후원하는 미디어아트 공모전이다. 서울 도심 속 공공 공간에서 시민들이 예술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예술성과 대중성, 공공성을 두루 갖춘 미디어아트 작품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대형 미디어월과 같은 공공 전시 환경을 고려해, 작품이 단순히 개인적 감상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공간 안에서 다수의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번 제7회 공모전은 학생 부문과 일반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자유 주제 아래 ‘미래’, ‘여정’, ‘연결’, ‘조화’, ‘상상’ 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심사 기준에는 작품의 공공성, 전시 적합성, 예술성, 독창성 등이 포함된다. 이남경 학우의 수상작 〈사이의 시간〉은 이러한 공모전의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회화적 감각과 동시대 기술 매체를 결합한 독자적인 영상 언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수상작 〈사이의 시간〉은 기존 회화 작업의 문제의식을 미디어아트로 확장한 작품이다. 이남경 학우는 그동안 실(線)의 물성과 그 너머의 추상을 매개로 인간 존재의 불안과 회복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실’은 단순한 조형 요소나 소재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불안정한 감정, 관계의 얽힘, 존재의 흔들림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되, 평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 영상과 시간, 움직임이 결합된 미디어아트 형식으로 구현됐다.
이남경 학우는 수상자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예술 세계관을 확장하고 평면회화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이라는 물질성에 기반을 둔 이번 미디어 작업을 통해 부드러운 곡선이 전하는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회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공간을 유영하는 흐름 속에서 불확실한 인간 형상이 스쳐 지나갈 때, 관람자가 감정과 시간의 결을 감각적으로 마주하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작품 제목인 〈사이의 시간〉에서 ‘사이’는 막간의 틈을 의미한다. 이 학우는 이 막간의 틈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침묵과 회복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해석했다. 작품은 명확히 정의된 형상이나 서사보다는, 형상이 생겨나기 직전의 감각과 사라진 이후의 여운에 주목한다. 관람자는 영상 속에서 유동하는 선과 형태, 흐릿하게 감지되는 인간의 형상을 따라가며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회복 가능성을 품은 감각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남경 학우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제시되고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재해석한 ‘코라(Chora)’의 개념을 작가적 방식으로 풀어냈다. ‘코라(Chora)’는 존재와 비존재 사이, 정의된 것과 아직 정의되지 않은 가능태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적 공간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감각이 언어로 번역되기 직전의 순간, 기호가 되기 이전의 순수한 감각성을 작품 안에 구현하고자 했다. 〈사이의 시간〉은 바로 그 경계의 지점에서 형상과 비형상, 침묵과 움직임, 불안과 회복이 교차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회화적 사유와 기술적 실험을 결합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액체화된 인간 형태’를 생성하기 위해 Midjourney를 활용했다. 이후 생성된 이미지를 실 사진과 교차 편집하고, Runway 등의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키프레임 기반 영상으로 완성했다. 이를 통해 회화에서 출발한 선의 물성과 이미지가 영상 속에서 유동적인 시간성과 결합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남경 학우에게 AI는 단순히 효율적인 이미지 생성 도구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제작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 창의성의 의미를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결과물이 “기호의 정면성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인간 작가의 사유 사이에는 여전히 중요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는 이번 작품이 단순히 AI 기술을 활용한 결과물이 아니라, AI라는 현대적 매체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 감각, 해석의 문제를 다시 질문하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이남경 학우는 회화 작업을 기반으로 꾸준히 전시 활동을 이어온 작가이기도 하다. 공개 작가 이력에 따르면 개인전으로는 2024년 〈기묘한 선〉, 〈기묘한 선: 귀환〉, 2025년 〈기묘한 선: 귀환Ⅱ〉 등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또한 이번 제7회 DB그룹 미디어아트 공모전 2등 수상과 서울시청 서울갤러리 ‘내친구 서울 1관’ 미디어월 스크리닝 이력이 함께 기재돼 있다.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실’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인간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조형적 언어다. 2024년 〈기묘한 선: Uncanny Lines〉 전시 소개에서는 ‘실’을 평면 회화로 재현해 일상적 사물을 물질의 개념으로 치환하고, 얇은 선들의 연결과 끊어짐, 엉킴과 풀림을 통해 현대인의 모호한 감정과 관계의 구조를 탐구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회화적 문제의식은 이번 수상작 〈사이의 시간〉에서 영상 매체와 생성형 AI를 통해 한층 확장된 형태로 나타난다.
기존 회화 작업에서 실이 캔버스 위에 정지된 이미지로 존재했다면, 〈사이의 시간〉에서는 실의 감각이 시간 속에서 흐르고 변형되는 영상적 이미지로 전환된다. 선은 고정된 형태를 이루기보다 끊임없이 유영하고, 인간 형상은 명확히 포착되기보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불안 속에서도 감각의 회복과 새로운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남경 학우는 작가로서 중요하게 지키는 기준에 대해 “나는 어떤 세계를 상상하고, 어떤 인간상을 사유하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이는 그의 작업이 단순한 이미지 제작이나 기술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중심에 둔 사유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수상작은 AI와 영상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기술적 새로움보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인간 존재와 감각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이남경 학우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밝혔다. 그는 “현대 문명이 이룬 매체인 AI가 제안하는 우아한 연결로 작업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하며, AI와 같은 현대적 기술 매체가 예술가에게 새로운 창작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동시에 “전시장에서 현재를 향유할 수 있는 작업으로 여러분과 뵙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이며, 예술이 기술을 통해 확장되더라도 결국 관람자와 현재의 감각을 나누는 경험으로 귀결돼야 한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번 수상은 회화에서 출발한 작업 세계를 미디어아트와 생성형 AI 기반 영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이의 시간〉은 실의 물성, 인간 형상의 불확실성, 감각의 회복이라는 기존 작업의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공공 미디어월이라는 전시 환경과 AI 기반 영상 언어를 결합해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회화적 사유와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회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교 구성원의 이번 수상은 예술 창작의 영역이 전통적 매체를 넘어 영상, AI, 공공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남경 학우의 〈사이의 시간〉은 회화적 감각을 바탕으로 동시대 기술 매체를 수용하면서도, 인간과 감각, 존재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이 학우가 회화와 미디어,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떤 새로운 예술적 장면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안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