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온도’ 조명으로 풀어낸 SOSHO, 미국 ACM 학회에서 BEST STUDENT DESIGN 수상
물리적 온도와 사회적 관계의 연결을 조명으로 구현한 HIDE Lab 연구팀의 도전기
본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전공 HIDE Lab(인간-로봇 상호작용 디자인공학연구실, 지도교수 박기철) 소속 황석영·김주성·최성수 학우(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와 신승혁 학우(일반대학원)로 구성된 팀이 샤워기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면 색온도와 빛의 효과가 변화하는 인터랙션 조명 작품 ‘SOSHO’를 통해 ACM TEI 2026(Tangible, Embedded and Embodied Interaction) Student Design Challenge에서 Best Student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ACM TEI는 물리적 상호작용·유형 컴퓨팅 분야의 국제 최상위 학회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University of Chicago에서 열렸으며, STUDENT DESIGN CHALLENGE 분과에는 전 세계 대학원팀의 작품 총 22점이 출품됐다. 실제 작동하는 실물 프로토타입을 현장에서 시연해야 한다는 점이 이 분과의 핵심 조건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MIT, 하버드대, 카네기멜론대, 도쿄대 등 세계 유수 대학팀들과의 경쟁 속에서 거둔 성과이자, 국내 대학원 연구팀이 이룬 최상위권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과 사물, 환경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 가능성을 탐구해 온 이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디자인과 공학, 인터랙션 연구를 융합한 창의적 역량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이들의 연구 여정과 ‘SOSHO’에 담긴 아이디어를 들어봤다.
Q. 수상 소감을 먼저 들려주세요.
A. 저희 작품이 다른 출품작들에 비해 실용적인 제품의 관점에서 디자인되다 보니 현장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수상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넓은 홀에서 수상자 발표를 하는데 익숙한 한국 이름이 들리더니, 처음에는 다른 한국인이 수상한 줄 알았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이 저희 디자인 컨셉에 직접 다가와 관심 있게 사용해 주셨던 게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SOSHO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A. 저희 HIDE Lab은 일상의 현상이나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연구실입니다. 특히 의인화, 감정 표현 등 사람과 제품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연구하다 보니, 선행 연구를 찾는 과정에서 온도가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을 많이 접하게 됐어요. 그러나 이 연구들이 실용적 제품의 관점에서 접근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연구실에 3D 프린터 시설이 있어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었고, 그 즉흥성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Q. ‘샤워’라는 일상적 행동을 연구 맥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대 그리스에서 샤워는 사회적 관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샤워는 몸을 씻기 위한 과업 수행의 역할에서 그치지만, 물이 귀했던 시절, 함께 씻는다는 행위 자체가 공동체의 유대를 상징했죠.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무엇을 느끼는지를 연구하는 저희 연구실로서는, 샤워라는 공간이 상호작용의 장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Q. 색온도를 '사회적 온도'의 메타포로 활용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요?
A.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쥔 사람이 차가운 커피를 쥔 사람보다 타인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반대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은 실제로 체온이 낮아진다는 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문제는 일상에서 온도를 직접 조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온도감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조명의 색온도로 연결됐습니다. 파란 조명은 차갑게, 주황 조명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문화권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니까요. 그리고 샤워기는 이미 손잡이로 온도를 조절하는 경험이 몸에 익어 있는 도구입니다. 따뜻한 쪽으로 돌리면 따뜻한 빛이 나오는 구조가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이론보다 몸이 먼저 아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실제 구현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A. SOSHO의 입력부는 2축 회전 핸들로 구성됩니다. 1축은 색온도 제어로, 실제 샤워기의 온도 조절 동작에 대응합니다. 핸들을 돌리면 모터 내부 엔코더가 회전 값을 실시간으로 읽고, 이 값이 Arduino를 통해 LED RGB 출력에 매핑되어 색온도가 연속적으로 바뀝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따뜻한 주황빛, 반대로 돌리면 차가운 파란빛이 됩니다. Donald Norman의 natural mapping 원칙을 적용해, 샤워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별도 설명 없이 바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어요. 2축은 샤워기의 수압 조절에 대응합니다. 이 역시 실제 샤워기와 똑같이 손잡이가 내려진 상태에서는 멈춰 있고, 손잡이를 올릴수록 4개의 LED 모듈에 랜덤한 위치 오프셋이 부여되어 물방울이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시각 효과가 만들어집니다. 손잡이를 더 많이 올릴수록 수압이 세지듯이, 모듈이 내려오는 최대 거리가 늘어나면서 가시 면적이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밝기도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Q.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대부분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다 보니 소재의 통일성을 위해 샤워기 파이프 구조도 처음엔 플라스틱을 썼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특유의 탄성 때문에 LED 부분이 동작할 때마다 생기는 흔들림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와이어 장력도 써보고 벽에 최대한 고정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학회까지 이동할 때도 비행기에 들고 타야 해서 되도록 무거운 소재를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어쩔 수 없이 실제 철 파이프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캐리어에 기다란 철 파이프 여러 개와 전선이 칭칭 둘려 있어서, 입국 심사할 때 오해를 사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웃음)
Q. 시카고 학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전 세계 대학의 석·박사 및 교수들이 저희 작품을 직접 만져보았습니다. 샤워 밸브를 돌렸을 때 빛이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빛과 함께 LED 모듈이 움직이는 순간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특히 Tangible Media 연구 분야의 저명한 교수인 MIT 히로시 이시 교수님도 직접 작품을 사용해 보셨습니다. 그 피드백을 제대로 다시 듣고 싶어서 교수님을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더 나눴고, 많은 사람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Q. 본교 HIDE Lab 환경이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교내에 3D 프린터가 있어서 프로토타입을 즉시 뽑아볼 수 있었던 게 핵심이었습니다. 디자인과 기획은 시각화되기 전에는 팀원마다 머릿속에 다른 그림이 있습니다. 완성도가 낮더라도 빠르게 시각화해서 의사결정을 하나로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3D 프린터 덕분에 이 과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유연하게 만들고 평가하는 사이클이 프로젝트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Q. SOSHO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A. 연구실 학부 연구원이 향후 공간 및 제품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렌더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개인 독서실이나 독립된 공간처럼 사용자의 심리 조절이 필요한 공간에서 저희 조명이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조명 컨셉이니만큼, 심리나 뇌 인지 부문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제품화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모빌리티 같은 공간 안에서도 사용자가 기능을 조작할 때 음성, 제스처 등 다양한 수단이 멀티모달로 작용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Q. 국제 학회 도전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나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떻게 쉽게 쓰고 말하는지를 많이 봤으면 합니다. 영어로 소통해야 하므로, 전문 용어로 어렵게 설명하면 듣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디자인을 최대한 눈으로 보이게 시각화하고, 일상의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면 영어로도 충분히 의도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디자이너의 사고를 멈추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어에는 창조를 뜻하는 단어가 두 개입니다. 하나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절대적 창조,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길어오는 창조입니다. 저명한 작업물 중에는 후자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길어오기 위한 자세를 취하는 순간, 이 세상은 모든 곳이 레퍼런스가 되고 관찰의 기회가 됩니다. 이번 학회에서도 많은 팀이 자신들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선행 연구에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완전한 창조가 아닌, 길어옴으로써 비로소 완성됩니다.
HIDE Lab 팀은 ACM TEI 2026 수상에 그치지 않고, 독서실·공간 설치·모빌리티까지 사회적 온도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지 스키마와 물리적 인터랙션을 결합한 SOSHO의 실험은, 조명 하나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명하게 입증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황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