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도예유리과에서 성취감을 찾다
홍익대학교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1. 도예유리과
*홍익대학교에는 다양한 전공이 존재하지만, 정작 많은 학우와 예비 학우들은 각 전공이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어떤 길로 이어지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홍익대학교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기획으로, 기자가 직접 학과를 방문해 교육과 공간,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전달한다. 홍익대학교 학우들에게는 다양한 전공 선택의 기회를, 예비 학우들에게는 새로운 진로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한다.
도예유리과는 미술대학 소속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도자(도기+자기)와 유리 공예 경험을 바탕으로 조형 예술을 학습한다. 흙과 유리라는 물성을 매개로 재료의 특성과 제작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전통 공예 기법부터 현대적 표현 방식까지 폭넓게 익힐 수 있다. 도자와 유리 예술의 기초, 심화 및 장르융합 강좌를 기반으로 CAD(Computer Aided Design, 컴퓨터 지원 설계), 세미나 등의 연계 강좌를 통하여 동시대의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 예술적, 학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도예유리과는 조형관(E동)을 사용한다. 히치하이커가 조형관 1층 입구로 들어간 순간, 창문 사이로 커다란 장치가 눈에 띄었다. 장치를 따라 도예유리과 블로잉 유리실기실을 열고 들어가자, 검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유리 용해로가 가동되고 있었다. 실기실 한편에는 용해된 유리를 회전시켜 형태를 만드는 펀티 파이프가 늘어서 있었다.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리 용해로 소리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도예유리과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인 가마실로 이동했다. 도예유리과 학생회가 ‘흙과 유리가 불을 만나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학과의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소개한 가마실에 들어가자마자 바깥의 추운 날씨와 대비되는 열기가 느껴졌다. 3월 초에도 가마실은 이미 다양한 종류의 가마가 작동되는 소리와, 도예유리과 학생들이 만들어둔 작품 시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하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가장 먼저 히치하이커를 반겨준 것은 도예유리과 학우들의 작품이었다. 무엇 하나 비슷한 것 없이, 저마다의 색과 질감을 뽐내는 작품들은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도자와 유리 예술을 대변하는 듯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물레실에서 책상 하나에 둘러서 웃으며 흙을 반죽하는 도예유리과 학우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예유리과에 대해 조금 더 궁금증이 들었다. 아래는 히치하이커와 도예유리과 학생회의 일문일답.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제48대 학생회입니다. 21세기 현대 조형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도예유리과를 대표하여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학생회장 24학번 이수, 부학생회장 25학번 김채령입니다.
Q. 도예유리과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도예유리과는 ‘현대 조형 예술을 선도하는 진취적인 예술가 육성’을 교육 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 실용과 조형을 아우르는 예술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분이 흔히 떠올리시는 식기 위주의 공예뿐만 아니라,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바탕으로 한 순수 조형 작업, 학문적 접근을 통한 유약 제작 등 학생의 개성과 성향에 따라 무궁무진한 예술적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는 곳입니다. 전통과 현대 도예, 그리고 유리 공예 전반에 걸친 폭넓은 실습을 통해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Q. 도예유리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나요?
도예유리과는 재료와 친해지는 시간에서 시작해 점차 심화 과정으로 나아가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예유리과에서는 흙, 물레, 유리, 불, 이렇게 네 가지 재료와 친해지는 과정으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각 재료를 다루기 위한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기술을 연마하는 입문 과정입니다. 크게는 흙의 물성과 손의 감각으로 조형적 사고의 기초를 익히는 ‘물레’, 기초적인 유리의 물성과 공예 기법을 익히는 ‘유리’, 물레성형 이외의 다양한 제작 방법을 배우는 ‘CLAYWORK’로 나누어 집니다.
2학년이 되면 기초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물레, 조형, 유리 작업을 한층 심화해서 배웁니다. 1학년 때 기초적인 기법을 주로 배운다면, 2학년이 되면 슬럼핑(가마의 열을 이용해 유리를 입체적인 곡면으로 변형시키는 기법), 슬립캐스팅(석고몰드에 슬립을 부어 원하는 도자기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법) 등 각 재료를 다루는 구체적인 기법들을 배우게 되죠. 기존 방식에 더해 석고 기법이나 디지털 공예 디자인처럼 현대적인 상업 도제 제작 방식까지 폭넓게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3~4학년은 그동안 쌓아온 조형적 사고와 재료를 다루는 숙련도를 바탕으로 본인의 적성에 맞는 기법을 선택하는 시기입니다. 본인이 선택한 재료와 기법을 중심으로 심화 과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철학을 발전시키는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됩니다.
Q. 강의 외에도 도예유리과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나요?
도예유리과 생활의 백미는 단연 대동제 기간에 열리는 플리마켓입니다. 치열한 전공 작업에서 잠시 벗어나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매년 오픈하자마자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데요. 올해도 학생회에서 알차게 기획 중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도예유리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예유리과에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작품에 쏟은 노력은 정직하게 응답합니다. 도예와 유리는 타고난 재능이나 감각보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정성과 시간, 그리고 인내심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도예유리과에서 공부하다 보면 작업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피곤해 하는 학우는 많아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괴로워하는 학우는 드뭅니다.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을 조금 고될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풍요롭고 단단해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전공입니다.
용해로의 묵직한 소리와 가마실의 뜨거운 열기, 물레 앞에서 흙을 다루는 손끝의 움직임까지. 도예유리과의 공간은 그저 실기실이 아니라, 재료와 시간이 만나 하나의 형태로 완성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곳이었다. 그들의 작업은 빠른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흙이 마르고, 유리가 녹고, 불을 지나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 긴 시간을 견디며, 그 안에서 각자의 감각과 태도를 다듬어 가는 과정이 아니었을지.
만약 홍익대학교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면, 이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도 좋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느리지만 꾸준한 시간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