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前 교수 금기숙 작가 기증특별전 개최
40여 년 패션아트 세계 조망한「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서울공예박물관은 미술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전 교수인 금기숙 작가의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금기숙 작가가 40여 년 동안 이어온 패션아트 작업을 조망하는 자리로, 패션을 조형예술로 확장해 온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기증특별전 포스터, 〈연화드레스〉 외 작품
금기숙 작가는 한국에서 ‘패션아트(Fashion Art)’ 개념을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선구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의복과 장신구 등 인체 위에 놓이는 여러가지 조형을 예술로 표현해 왔으며, 재료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금기숙 작가는 패션아트에 대해 “패션의 여러 특성 가운데 예술성이 극대화된 작업을 패션아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눈꽃요정〉, 2018
작가의 작업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다. 당시 피켓요원들이 착용한 ‘눈꽃요정’ 혹은 ‘얼음공주’ 로 표현된 의상은 철사와 비즈, 구슬을 엮어 제작된 작품으로, 한복의 구조와 선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한 것이었다. 해당 작업은 의복이 기능이나 실용성을 넘어 조형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전시장에는 ‘백매(白梅)’를 비롯해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대표 작품들이 전시됐다. 벽면에 설치된 일부 작품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상시키는 구성과 표현을 보여주며 전통적 이미지와의 연결성을 드러냈다. 또한 ‘눈꽃요정’ 의상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에게 익숙한 기억을 환기했다. 이처럼 작품들은 동서양의 미감과 전통과 현대,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 언어를 통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Enlightenment in Forest〉 외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철사와 비즈, 노방, 스팽글은 물론 버려진 비닐과 빨대, 헝겊, 스펀지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금기숙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재료와 버려진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활용해 왔다. 재활용(recycling)과 새활용(upcycling)을 작업 방식으로 삼아 재료의 쓰임을 재해석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작품에 새로운 조형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금기숙 작가는 “쓰임을 다한 재료들이 다른 시각과 방법을 통해 사용될 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화드레스〉 외 작품
전시공간은 어린 시절의 감각과 기억에서 출발한 초기 작업부터 대표적인 패션아트 작품, 공간으로 확장된 설치 작업까지 작가의 작업 흐름을 따라 구성됐다. 의복 형태의 조형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그림자 효과를 극대화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냈다. 작가는 그림자를 통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요소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나아가 작품은 공간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형성했고, 신체를 넘어 환경과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했다.
〈물고기〉, 〈물방울〉
특히 폐재료를 활용해 바다 생명을 형상화한 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된 형태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재료들이 모여 물속 생명처럼 보이는 형상을 이루며,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들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 또 다른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표현은 인간 중심의 삶을 넘어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번 기증특별전은 약 90일간 113만 2,281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국내 단일 전시 기준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 이는 대규모 블록버스터 전시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약 107만 명)과 맞먹는 수치로, 단일 작가 전시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일반적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흥행의 기준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하루 평균 관람객 수는 약 1만 4천 명에 달했고, 하루 3만 명 이상이 방문한 날도 있었다. 개관 직후부터 관람을 위해 긴 줄이 이어지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성과는 국내 작가의 개인전으로 달성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동안 대규모 관람객을 기록한 전시가 주로 해외 유명 작가 중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러한 흥행은 금기숙 작가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관람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외래 미술 형식이 아닌 우리 정서에 기반한 표현은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기존 양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했던 현대미술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작품이 지닌 독창성과 실험성이 대중의 호응으로 이어진 사례로 해석된다.
금기숙 작가
금기숙 작가는 오랜 기간 본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해 왔다. 교육 경험에 대해 금기숙 작가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경험을 했다”며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예술가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전시는 패션을 예술적 조형으로 확장해 온 금기숙 작가의 작업 세계를 통해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탐구해 온 40여 년의 창작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본교 미술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전 교수로서 교육과 창작을 함께 이어온 금기숙 작가의 예술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