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연대기를 담아”… 가구디자인전공 이소명 학우,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 선정
원초적인 본능과 감각에서 출발해 사람과 자연, 물질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한 작업으로 호평
본교 산업미술대학원 가구디자인전공 이소명 학우(가구 23)가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의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로에베는 1846년 설립된 스페인의 패션 하우스로, 로에베 재단은 ‘공예는 로에베의 본질’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문화 속 공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탁월한 예술적 비전을 지닌 장인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수상한다.
이번 2026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는 전 세계 133개 국가에서 접수된 5,100여 점의 작품 중 30점이 선정됐다. 이 학우는 본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는 산업미술대학원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으며(지도교수 백은), 스팀밴딩(고온의 증기로 목재를 유연하게 만든 뒤 곡선 형태로 성형하는 기법) 목재를 중심으로 황토 안료와 금속 등의 재료를 결합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이 학우는 지난해 서울의 크래프트 온 더 힐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학우는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 <물질의 연대기(Chronicle of Matter)> 시리즈 001, 002로 참여했다. 가늘고 긴 오크 목재를 스팀밴딩 기법으로 고온에서 성형한 뒤, 천천히 구부리고 엮고 묶어 완성한 작품이다. 이 학우는 “하찮고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사소한 나무 조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며, 개별로는 도달할 수 없는 힘과 밀도를 만들어 가는 ‘느린 축적의 과정’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자연, 물질, 인간 사회 속 연약한 것들의 연대가 만드는 조용한 힘을 상징한다는 취지다.
이 학우에게 나무 조각은 연약한 것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만들어 내는 ‘연대의 힘’을 보여 주는 도구다. 이 학우는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나무 조각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이라며 “바구니를 가득 채운 조각들을 보며 새들이 작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튼튼한 둥지를 짓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보잘것없던 나무 조각들이 모여 형상이 되고, 무게를 견디는 에너지가 되고, 결국 생명을 품는 덩어리가 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세상의 많은 존재들이 결핍과 미약함을 중첩해, 서로 의지하고 지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취지였다.
형태적인 특징도 돋보였다. 스팀밴딩 후 건조와 샌딩(사포 등으로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평탄하게 다듬는 작업)을 거쳐 색을 입히고, 이를 다시 결합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이 학우는 “여러 목재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목재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완성 이후에도 형태가 해체되지 않도록 결합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 학우가 찾아낸 돌파구는 반복적인 실험이었다. 이 학우는 “단단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형태를 해치지 않는 연결 방법에 중점을 두고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게 완성된 형태는 이 학우가 처음 아이디어를 얻었던, 새들이 나뭇가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 건축적 방식과 유사했다. 이 학우는 “얽혀 있는 목재 사이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유연한 와이어로 비늘을 만들어 실로 나무를 엮은 뒤, 그 위에 황토 반죽을 덧입혀 연결 부위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우는 인터뷰에서 본교에서의 시간이 작업의 방향을 잡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학우는 “가구 실기 수업에서 3차원 곡선 형태를 구현하는 스팀밴딩 기법을 익혔다”며 “곡선의 선들로 덩어리를 형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형태가 되도록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학우는 “가구재료학 수업에서는 교수님의 도움으로 황토의 물성적 가능성을 연구하며 가구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학우가 선보인 <물질의 연대기>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재료와 형태 연구를 지속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시리즈를 확장하고, 더 깊이 있는 작업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이 학우의 계획이다. 이 학우는 “이번 수상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작업을 지도해 주신 교수님과 늘 응원해 준 선후배, 동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이 학우는 “석사학위청구전을 포함해 앞으로도 예정된 전시에 집중하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수상 결과는 전시 개막 하루 전인 5월 12일에 발표된다. 아울러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된 30점의 작품들은 5월 13일부터 6월 14일까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보유한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 전시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