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시대학 임미정·유현준·박정환 교수, ‘2025년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BEST 7’ 선정
국내 최고 권위 건축상에서 본교 교수 3인의 작품이 나란히 본상 수상
1979년 제정된 한국건축가협회상은 국내 건축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상으로, 매년 건축적 완성도와 시대적 기여도를 갖춘 7개의 건축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또한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문화시설부터 새로운 유형의 실험적 주거까지 다채로운 작품이 본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건축가협회는 최근 ‘제48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의 올해의 건축 BEST 7을 발표했다. ‘땅의 해석’, ‘쓰임’, ‘새로운 시도’, ‘완성도’라는 네 가지 관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올해 수상작 가운데 특히 의미 있는 점은 본교 건축도시대학 소속 교수 3명의 작품이 모두 ‘올해의 건축 BEST 7’에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건축도시대학 소속 임미정 교수, 유현준 교수, 박정환 교수의 건축물이 나란히 본상에 이름을 올리며 본교 건축 교육과 연구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실내건축학전공 임미정 교수 '서울 AI 허브 메가 플로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메가 플로어(서울 AI 허브)’는 에스티피엠제이(이승택, 임미정)가 설계한 교육·연구시설로, AI 중심의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해 ‘공유’와 ‘협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공유 업무시설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착안한 ‘통합형 공원’ 개념을 공간 구조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남·서측의 일조량이 좋은 면에는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대규모 공유 공간을 배치했으며, 북·동측의 조망이 좋은 면에는 기업의 개별 업무 공간을 배치해 명확한 공간적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특히 공유 공간은 복층과 트리플 보이드 구조를 통해 층간 시선과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이는 건물 입면에도 형태적으로 드러난다. 규칙적 기둥이 배열된 업무 공간과 변화하는 기둥·슬래브가 드러나는 공유 공간은 서로 대비되면서도 노출콘크리트 마감으로 시각적 통일성을 갖춘다.
임미정 교수는 ‘메가 플로어’라는 이름처럼 넓고 개방적인 공간 구성이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공유 공간은 층마다 존재하며, 건물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여러 기업과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만나 소통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실내 테라스와 24시간 이용 가능한 야외 공간, 드론 실험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는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한다. 교수는 “공유 공간이 기업 간의 자발적 교류가 일어나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며 “포럼이나 모임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공식적이지 않은 캐주얼한 만남도 가능한 환경이 되기를 기대했다”고 전했다.
또한 실내건축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영역이더라도 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먼저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주어진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스스로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임 교수는 “디자인 판단과 분석은 결국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고유한 역할”이라며, 학생들이 이러한 태도를 실무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건축적 방향성이나 연구 계획에 관해 임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프로그램을 다룬 도전적인 작업이었다”며, 향후에도 새로운 기능과 프로그램을 담은 프로젝트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건축학전공 유현준 교수 ‘오아르 미술관’
유현준앤파트너스 제공
경주 대릉원 고분군 인근에 자리한 오아르 미술관은 유현준 교수의 “건축은 배경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된 작품이다. 유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으로, 1500년의 시간을 품은 통일신라 왕릉과 현대 미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건축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왕릉과 예술 작품만이 온전히 인식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배경으로 물러나는 방식을 택했다. 관람객은 전면부 반사 유리에 비친 능의 풍경을 시작으로, 1층 카페의 파노라마 창, 카운터 뒤 거울에 반사된 능, 전시 공간에서의 조망, 그리고 옥상에서 바라보는 고분과 경주 도심의 풍경까지 총 다섯 가지 장면을 통해 대릉원의 풍경을 다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역사적 지형과 현대적 건축 언어를 조화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릉원 인근이라는 특성상 건물 높이 제한과 경사지붕 의무 규정 등 까다로운 법규를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이러한 제약을 오히려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 전통적인 경사지붕을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방향을 비틀고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지붕 매스를 구성해 능의 크기와 리듬을 건축적으로 대응시켰다. 특히 지붕을 계단식으로 설계해 사람들이 앉아 경주의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은, 문화재청과의 협의 과정 속에서 법적 한계를 조율하며 완성된 결과다. 그는 “우리나라 건축은 제약이 많은 만큼, 그 안에서 의도를 살리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유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가의 태도에 대해 강조했다. 건축은 무제한의 예산이 아닌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며, 그 안에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창의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오아르 미술관 설계를 예로 들며, “이 대지가 가진 힘을 외면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릉원이 지닌 역사적 에너지와 경주의 지형, 햇빛과 조망 같은 장소 고유의 조건을 읽어내고 이를 건축적으로 해석하는 태도가 곧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건축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긴 호흡의 성장을 당부했다. 건축은 준비 과정이 길고, 건축주를 만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며, 그 시간 동안 자신의 태도와 생각을 단단히 다져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실내건축학전공 박정환 교수 ‘이사부 독도기념관’
사진 신경섭 제공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이사부 독도기념관’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박정환, 송상헌)가 설계한 문화·집회시설로, 신라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울릉도·독도)을 복속하기 위해 출항했던 역사적 대지인 ‘육향산’의 의미를 건축적으로 복원하는 데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설계팀은 대상지의 레벨을 과거 지형으로 낮추고 ‘육향지’라 불리는 물 요소를 도입해, 과거 육향산이 바다 위 섬이었을 당시의 풍경을 현재 공간에서 재현하고자 했다. 이는 이사부의 항해와 독도의 상징성을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기념관은 웰컴센터, 이사부관, 독도체험관, 라이브러리카페라는 네 개의 분동형 매스로 구성되어 관람객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전형적인 박물관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관람객은 매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내부 전시와 외부 자연환경을 교차로 경험할 수 있으며, 상부는 주변 지형과 어우러지는 트래버틴 석재로, 하부는 투명한 유리로 계획해 내부와 외부가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사부 독도기념관은 발굴된 암반과 자연경관 위에서 건축적 산책을 경험하게 하는 삼척시의 새로운 문화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정환 교수는 이사부와 독도라는 상징을 건축적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과 국가적 상징을 다루는 작업은 자칫하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기념비적인 건축이 될 위험이 있어, 화려한 조형성보다 기억과 대지의 의미를 드러내는 절제된 건축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으로는 공사 중 삼척포진성 유구가 발견된 일을 꼽았다. 이로 인해 육향산 하부 지형 전체를 드러내려던 초기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했고, 특정 구간은 옹벽으로 처리하고 건물을 이격해 배치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박 교수는 “건축가로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또한 이 땅이 품고 있던 역사이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내건축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박정환 교수는 학생들이 장소가 가진 내재적 의미를 공간으로 번역해내는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은 겉으로 드러나는 조형보다 장소가 지닌 맥락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권했다. “이 장소가 가진 맥락과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설정한 개념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현할 것인가?,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이사부 독도기념관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속 속에서 완성된 프로젝트였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태도와 해석을 담아 건축을 바라보는 건축가·디자이너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현준 교수, 박정환 교수, 임미정 교수
임미정 교수, 유현준 교수, 박정환 교수의 작품이 모두 2025년 한국건축가협회상 올해의 건축 BEST 7에 선정되며 본교 건축도시대학은 창의적 건축 연구와 교육에서 다시금 저력을 입증했다. 세 교수는 지역·역사·기술적 맥락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며 한국 건축계에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