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로 확장된 예술의 경계, 김영은 작가 올해의 작가상 수상
올해의 작가상 수상 소감과 작업 여정을 묻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5’ 최종 수상자로 김영은 작가가 선정됐다. 2012년부터 운영돼 온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동시대 한국 미술의 흐름을 이끌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후원 제도다.
본교 조소과를 졸업한 김영은 작가는 소리와 청취를 정치적·역사적 산물로 바라보며,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축적된 소리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정체성과 이동의 문제를 탐구해 왔다. ⟪올해의 작가상 2025⟫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듣는 손님〉과 〈Go Back To Your〉는 디아스포라의 이주와 번역이라는 조건 속에서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소리를 매개로 풀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수상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5년 8월 29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진행됐다.
Installation view of Kim YoungEun, Korea Artist Prize 2025. ⓒ Kim YoungEun.
이번 수상을 계기로 김영은 작가와 수상 소감과 작업 세계를 비롯해 본교에서의 학창 시절, 그리고 창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과 함께, 이번 수상이 작가님의 작업 여정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먼저 감사하고 영예로운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해서 더 놀랍기도 했습니다. 이번 수상이 제 작업의 방향이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전시와 과정을 통해 제 작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의 영상 작업에서는 시각적 요소와 더불어 ‘소리’가 핵심적인 매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 중심의 미술 환경 속에서 소리에 집중하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을까요?
A.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연주했습니다. 악기를 시작하면 언젠가는 계속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데, 중학교 무렵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껴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다만 음악에 대한 관심 자체는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었어요.
이후 미술을 시작했고,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재학하며 다양한 매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시절 설치 작업에 처음으로 소리를 넣어보는 시도도 했고요. 그렇게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점점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미술 환경은 기본적으로 이미지와 시각적 요소가 중심이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방향이 제가 원하는 작업 방식이나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는 조금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소리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Installation view of Kim YoungEun, Korea Artist Prize 2025. ⓒ Kim YoungEun.
Q. 작품의 크레딧을 보면 참고 문헌과 기록 자료가 인상 깊습니다. 작업을 시작하실 때 개인적 경험과 리서치는 어떤 방식으로 출발하게 되나요?
A.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업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 2018년에 제작한 〈붉은 소음의 방문〉입니다. 당시에는 ‘과거의 소리’를 재구성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소리는 대부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잖아요. 근대 이전의 소리는 녹음되지 않았고, 근대 이후에도 음악이나 말소리 중심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환경음이나 사운드스케이프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소리를 다루기 위해서는 문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인터뷰 자료나 신문 기사, 행정 문서, 악보 등 다양한 기록을 참고하며 과거의 소리를 사변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관심사가 점점 동시대로 이동하면서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시대의 소리는 직접 들을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점차 인터뷰 중심의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고,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텍스트와 기록들도 작업 안에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Q. 홍익대학교에서 보낸 학창 시절의 환경 역시 작가님의 ‘소리’와 ‘청취’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작업 태도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었을까요?
A.
저는 대학 시절에도 계속 음악을 좋아했고, 홍대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주변의 클럽 문화와 밴드 문화 때문이었어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밴드를 하려고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학교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홍대 주변에서 밴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전자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세션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라이브 클럽을 자주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대학 생활은 학교 안에서의 수업과 작업이 절반, 학교 밖에서 음악을 듣고 연주하던 시간이 절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작업 태도와 감각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Kim YoungEun, Listening Guests, 2025, Single-channel video, 4K, color, multi-channel sound, 38 min. Courtesy of the artist. ⓒ Kim YoungEun.
Q. 작가님의 작업에서 ‘청취’는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작가님에게 청취란 어떤 태도이거나 감각일까요?
A.
저는 청취를 단순히 주어진 감각이라기보다, 훈련과 환경을 통해 형성되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같은 소리라도 시대와 조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소리를 듣는 방식 자체가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 작업에서도 청취를 개인의 감각으로 한정하기보다는, 특정한 시대와 환경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방식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소리를 어떻게 듣고, 어떤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동시대 예술을 공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작업을 오래 하면서 헤매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제가 집중하는 감각이나 사용하는 재료가 일반적으로 잘 이해되거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것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확신이 있다면, 계속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은 다르겠지만, 그 균형을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작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im YoungEun, Reference Voice, 2021, Three-channel sound installation, score, dimensions variable, 16 min. Courtesy of the artist. ⓒ Kim YoungEun.
이번 수상은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김영은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 온 ‘소리’와 ‘청취’의 문제가 공적으로 다시 한 번 조명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미국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이번 인터뷰에 응해 준 김영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자신의 작업 여정과 사유를 차분히 되짚은 이번 대화가 작가에게도 하나의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빠른 성과나 즉각적인 이해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의 감각과 질문을 놓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태도는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있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비록 그 길이 더디고 불확실하게 느껴질지라도, 김영은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일 것이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