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와 대학 전공 교육의 접점, ‘HI고교학점제’ 현장을 가다
회화과 연필소묘·조소과 입체조형 수업으로 미술 전공 탐색의 장 열어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되면서, 학생의 진로·전공 탐색을 지원하는 고교–대학 연계 교육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교 미술대학은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비교과 연계 프로그램 ‘HI고교학점제’를 운영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학생들이 진로와 전공을 보다 주도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대학의 전공 수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실습 중심의 수업으로 구성됐다.
HI고교학점제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의 교육 자원과 전공 특성을 활용해 고등학생들에게 심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미술 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입시 중심의 훈련을 넘어 각 전공이 다루는 사고 방식과 작업 태도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이번 운영에서는 회화과 ‘연필소묘’ 수업과 조소과 ‘입체조형’ 수업이 동시에 개설됐다.
조소과 입체조형 수업은 평면을 넘어 디지털 도구와 실제 재료를 오가며, 공간과 물성을 다루는 조형 사고를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업을 진행한 조소과 교수는 “이번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입체 조형 과정과 함께 3D 모델링과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병행해 활용했다”며 “실제 조형 작업을 디지털 작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조형을 입체적으로 사고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결과보다도, 디지털과 물성을 넘나들며 형태가 형성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고 덧붙였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교 공지를 통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고 전하며 “처음엔 호기심으로 신청했는데, 3D프린팅을 활용해 근육과 인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해보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며 “평소 학교 수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방식이라 더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 학생 역시 “그림으로만 보던 인체를 3차원으로 만들어 보니 이해가 훨씬 쉬웠다”며 “대학에서 배우는 방식이 어떤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회화과 연필소묘 수업은 참여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을 고려해, 기초 감각을 차분히 점검하고 관찰력과 표현의 기본기를 되짚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수업을 맡은 회화과 교수는 “학생들의 수준과 경험이 각기 달랐기 때문에 특정 결과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연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를 통해 관찰과 인식의 방식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연필을 쥐는 방법과 선을 사용하는 감각에서 출발해, 사물을 덩어리로 인식하고 빛과 명암을 해석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재현보다는 형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후반부에는 음악을 활용한 드로잉 실습을 통해 소리와 리듬에 반응하는 신체 감각을 화면에 옮기는 시도도 이뤄졌다. 마지막 과제에서는 각자가 의미를 두는 사물을 선택해 그리며,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조형 표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연필을 쓰는 방식이나 빛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는 것이 재밌었다”며 “단순히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계속 질문하게 된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HI고교학점제는 단순한 대학 체험을 넘어,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학생 스스로 전공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의 교수진과 고교생이 같은 공간에서 실습과 질문을 중심으로 만나고 소통한 이번 프로그램은, 고교–대학 연계 교육이 전공 탐색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관우 기자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장예찬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