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수 11인,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선정|2편
최상위 2% 연구자 선정 교수를 만나다, 2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엘스비어(Elsevier)가 공동 발표한 ‘2025 전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명단에 본교 교수 11명이 이름을 올리며, 본교 연구 역량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입증되었다.
앞선 1편에서는 두 부문에 모두 선정된 김우진,조진래 교수의 연구 철학과 학문적 여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2편에서는 각기 다른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어가며 학문적 영향력을 확장해 온 또 다른 교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교 연구 경쟁력의 스펙트럼을 조명하고자 한다.
3. 성종환 교수
Q.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홍익대학교에서 2010년부터 화학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성종환 교수입니다. 저의 연구 분야는 ‘생체모사 장기칩’이라고 하는 분야로,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할 때 배양접시 같은 단순한 환경에서 배양하지 않고, 혈관이나 산소 농도, 3차원 조직구조 같은 실제 인체 조직의 환경을 모사한 환경에서 배양함으로써 생리적으로 유사한 인체 모델을 만드는 연구입니다. 최근의 의약품은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고 면역항암제, 단백질제제, 백신 등과 같은 복잡한 물질들이기 때문에 효능과 부작용을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 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입니다.
Q. 교수님의 어떤 성과가 이번 명단 선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운들이 겹쳐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온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합니다. 저희의 연구 결과가 관심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흔히 많이들 이야기하는 임팩트 팩터가 높거나 유명한 저널에 발표를 하려는 욕심보다는 꾸준하게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해 온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분야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하는데요, 동물실험 대체, 신약개발 등 최근에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어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를 연구하게 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Q. 연구 분야에 있어서, 교수님만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목표는,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노화나 대사질환, 면역반응 같은 복잡한 현상을 실험적으로 재현하는 모델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러한 모델은 관련된 질병 연구나 신약 개발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 연구 결과가 많은 관심을 받고 다른 연구들과 연결되어 좋은 결과들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거창하고 화려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러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면서 저 자신도 성장하고,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해서 자기의 몫을 잘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오랜 기간 연구 활동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 많으실 텐데요, 본교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과학 연구에서는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 더 의미 있는 진전이 얻어진다는 점을 박사과정 공부할 때 배웠습니다. 처음의 가설과 어긋나거나 생각지 못했던 실험 결과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당황하게 되고 실험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런 결과가 나온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저는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 구절을 좋아합니다 -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Inspiration is for amateurs. The rest of us just show up and get to work.)’ - 당장 보기에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그냥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미 있는 결과들이 쌓이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한 사람의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연구활동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환경의 제약이 있고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다만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에 매달리기보다는 가능한 부분을 찾아서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교에서 연구활동을 하시는 연구자분들도 현실의 제약에 실망하기보다는 가능한 부분을 찾아서 집중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신승원 교수
Q.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에서 전산유체역학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액적(droplet), 기포(풍선껌), 유체-고체 경계면처럼 물질의 경계가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유동을 컴퓨터 안에서 직접 계산하는 분야를 연구합니다. 쉽게 말하면, 눈으로 보기 어려운 미세한 유체의 움직임을 가상의 실험실을 만들어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는 실제 실험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물리 법칙에 따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 주요 연구 목표는 복잡한 물리 현상을 일반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해석 도구(CFD 플랫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현상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치해석 기법을 설계하고, 이를 세계 여러 연구 기관과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확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학계에서 이론적 해석을 위해서나 산업에서의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유체 문제는 물론, 차세대 냉각기술, 메타유체, 비뉴턴 유체 연구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으로 연구 영역을 꾸준히 확장할 계획입니다.
Q. 세계 최상위 2% 연구자 선정 사실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런 선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 연구 분야는 국내에서는 아주 활발한 분야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다상유동, 특히 상(phase)의 경계면을 정밀하게 모사하는 연구는 해외에서는 큰 연구 그룹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연구자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정 자체보다, 지금까지의 연구 과정과 방향성이 올바르게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방향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기초 도구 개발”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이 이번 선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연구가 활발한 분야가 아님에도 저는 이 분야를 25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제가 개발한 수치해석 코드는 해외 주요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논문이 국제 공동연구로 작성되었고, 파리의 CNRS나 ICL (Imperial College London) 등의 연구진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런 국제 협력 경험과 지속적 연구 생산이 이번 선정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Q. 활발한 연구 분야가 아님에도 오랫동안 연구를 지속하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저는 누구도 해석하기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수치해석 기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구를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패할 때도 많지만,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왜 안 되는지”를 찾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곤 했습니다. 특히 전산유체역학은 물리·수학·컴퓨터 공학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스스로 끊임없이 배워가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선택해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특별한 철학보다는 꾸준함과 호기심, 그리고 연구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흥미가 지금까지의 연구를 만들어 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과학 연구는 겉에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부터 진짜 연구자의 길이 열립니다. 저 역시 연구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앞에서 막막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기 위한 작은 실마리를 하나씩 찾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고, 그것이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 오게 한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선택하든, “내가 정말 궁금한 문제”를 중심에 두고 연구하길 바랍니다.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이건 나에게 물어보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길이 열릴 것입니다.
이번 2편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최상위 2%라는 성과는 화려한 기법보다 본질에 집중해 온 연구자들의 오랜 인내가 거둔 결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수진의 이러한 학문적 태도는 단순한 연구 지표를 넘어, 본교가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와 연구 현장의 본보기로서 학내 구성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이들의 열정이 마중물이 되어, 본교의 교정 곳곳에서 제2, 제3의 세계적 연구자들이 탄생하며 학문적 영토를 넓혀가기를 기대해 본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기자 정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