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순 동문 출판 기념회 개최, 여성 건축가로서의 여정을 돌아보다
모교에서 전한 50년 건축 철학과 미래 건축에 대한 당부
건축가 조계순 동문의 50년 건축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9월 23일, 본교 와우관(L동) 화광홀에서 『조계순 건축 50년, 삶을 짓다』 출판 기념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기념회를 통해 조계순 건축가는 건축에 대한 꿈을 키웠던 교정에서 건축계 선후배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건축 여정을 회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는 단순한 출판 기념회를 넘어 한국 현대 건축사를 50년간 지켜온 한 여성 건축가의 굳건한 신념과 성찰을 집대성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한 건축사협회 이선경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회는 건축계 주요 내빈 소개, 조 건축가의 건축 여정 및 작품 소개, 책 소개, 그리고 본교 여성 동문회와 건축과 총동문회 감사패 전달 순서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기념식에 앞서 책의 서문을 집필한 박항섭 가천대학교 명예교수가 축사를 전했다. 박 교수는 조 건축가가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책의 자료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책을 통해 소개될 그의 건축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기념회 내내 조 건축가는 건축계 후배들로부터 높은 칭송을 받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화하고 사라지는 시대에 진득하고 겸손하게 평생을 좋은 건축가로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한 찬사였다. 특히, 본교 여성 동문회는 조 건축가를 여성 건축가의 개척자이자 인생의 영원한 롤모델로 존경한다며 진심을 담아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를 받은 조 건축가는 소감에서 58학번 입학 당시 30명 정원 중 여성으로 홀로 느꼈던 어려움을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몸이 아프거나 슬플 때도 현장에만 가면 신이 났다며 현장에서 얻은 힘으로 평생을 건축과 함께 즐겁게 살아왔다고 밝혔다. 조 건축가는 오늘과 같은 뜻깊은 자리가 있기까지 도움을 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소감 발표를 마쳤다. 기념회는 '앞으로 또 50년의 건축을 기대하며'라는 힘찬 건배와 단체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되었다.
본교 건축학과 58학번으로 입학한 조 건축가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본교 재학 시절, 그는 정인국, 엄덕문, 최순우, 김수근 등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거장들로부터 건축은 사람과 문화, 자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깊은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우리만의 건축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스승들의 당부는 평생의 건축 철학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1970년대 남성 중심적이던 건축계에 뛰어든 그는 초창기 여성 건축가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뢰를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했고, 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는 순간도 있었으나, 이러한 역경은 오히려 그의 건축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였다.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경험은 주택 설계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힘이 되어주었고 결국 이는 조 건축가만의 독창적인 건축 언어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의 핵심은 장소의 감각과 자연과의 조화이다. 그는 한국 전통 건축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듯 현대 건축 역시 사람의 삶을 온전히 품는 따뜻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대표작인 자택 ‘백운재’는 한국적 ‘칸’의 개념과 서양식 철골 구조를 결합한 따뜻하고도 실험적인 공간으로 조 건축가의 정신이 투영된 그의 인생 행로로 평가받는다. ‘단연재’와 ‘한운재’ 등 다수의 주택 작품 역시 한옥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적 건축 미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더 나아가 봉천동 소슬유치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처럼 그는 건축이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에 머물지 않고 고령화, 기후변화, 1인 가구 증가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왔다.
오랜만에 모교 와우관을 찾은 조 건축가는 꿈을 키웠던 시절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른다며 후배 건축가들에게 깊은 조언을 건넸다. 그는 젊은 건축가들이 화려한 형태나 첨단 기술 같은 유행에 매몰되기보다는 사람들이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기억을 만들지 등 건축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길 강력히 당부했다. 조 건축가는 특히 전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통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지혜와 정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야만 건축이 땅과 문화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깊은 인내심과 사람들 간의 교류가 좋은 건축을 만드는 핵심임을 밝혔다.
조 건축가는 앞으로의 건축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며 멘토링이나 자문 형태로 후배 건축가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고민하는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고, 한국적인 건축에 대한 고민을 함께 지속해 나가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50년 동안 지어온 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 작은 쉼표였다며 앞으로도 후배들과 함께 쉼표를 이어가는 건축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기념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정채원 기자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연준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