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기계정보공학과, '2025 Altair Optimization Contest' 대상 수상
단순 회전 방식의 산업용 교반기 한계, 6축 로봇과 시뮬레이션 기술로 극복
제약, 식품, 화학 산업의 생산 라인 뒤편에는 수십 년간 변치 않는 '조용한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산업용 교반기(Mixer)다. 거대한 통 안에서 날개를 돌려 원료를 섞는 이 장치는, 단순한 구조 탓에 내용물을 완벽히 균일하게 섞지 못하는 고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한 품질 저하와 생산 시간 증가는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당연한 비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 해묵은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법에 대한 힌트를 본교 학우들이 만들었다. 본교 기계정보공학과 소속 변정현, 이한진 학우(지도교수 손권중)로 구성된 연구팀이 6축 다관절 로봇과 최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하여 기존 교반기의 혼합 효율을 70%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의 프로젝트 'DEM-MBD 연성해석 기반 입자 믹서 최적화'는 최근 열린 '제18회 Altair Optimization Contest(알테어 공학 경진대회)'에서 전국 39개 대학,69개 팀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고상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산업용 교반기의 문제는 '사각지대(Dead Zone)'에서 시작된다. 중앙의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용기 벽면이나 바닥의 입자들은 회전력의 영향을 덜 받아 제대로 섞이지 않고 정체되기 일쑤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제약 공정에서는 약의 유효 성분이 정량보다 적게 포함된 불량품을, 식품 공장에서는 맛과 식감이 고르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본교 기계정보공학과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발상을 전환했다. "통 속의 날개를 돌릴 게 아니라, 통 자체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면 어떨까?" 이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인간의 팔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6축 다관절 로봇'을 선택했다. 로봇팔이 원료가 담긴 용기를 붙잡고, 마치 숙련된 요리사가 재료를 버무리거나 바텐더가 칵테일을 쉐이킹하듯, 상하좌우로 흔들고 기울이는 복합적인 동작을 구사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반기를 구상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인가였다. 무작정 로봇을 움직여 실험하기에는 수만 가지의 동작 조합을 모두 시험해볼 수 없었다. 여기서 팀의 핵심 역량인 시뮬레이션 기술이 빛을 발했다. 이들은 가상 세계에 실제와 똑같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했다. 알테어의 다물체 동역학 해석 솔루션 '모션솔브(MotionSolve)'를 통해 6축 로봇의 정밀한 궤적과 움직임을 설계했고, 입자 거동 해석 전문 솔루션 '이뎀(EDEM)'으로 그 움직임에 따라 수백만 개의 가상 입자들이 어떻게 섞이는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특히 두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연성 해석(Co-simulation)' 기법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로봇의 움직임과 입자의 혼합을 완벽하게 동기화했다. 이를 통해 팀은 '실험계획법(DOE)'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완벽한 혼합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로봇 안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단이 이들에게 최고 점수를 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실험을 통한 검증'이었다. 많은 팀들이 시뮬레이션 결과 제시에 그치는 반면, 변정현·이한진 학생팀은 자신들이 도출한 최적의 로봇 움직임을 실제 연구실의 6축 로봇에 그대로 프로그래밍하여 현실에서 구현해냈다. 이후 실제 입자를 사용한 혼합 실험 결과, 시뮬레이션 예측과 거의 일치하는 높은 효율 향상을 확인하며 아이디어의 신뢰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가상 세계의 해법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대상 수상자 변정현 학우는 "이번 수상을 통해 저희의 연구가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연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수상한 이한진 학우는 "CAE 해석을 단순 분석을 넘어 최적화와 실험 검증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연구 사이클로 완성할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라며, "팀장인 변정현 학우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다시 한번 함께 해준 변정현 학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두 학생의 미래는 물론, 국내 제조업의 공정 혁신에도 긍정적인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안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