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과 예술의 만남, 두 학교를 물들이다
본교 동양화과,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와 함께 <The Drawing> ‘선의 역학:감정을 그리다’展 진행
본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우들과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 자동차공학과 학우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The Drawing> ‘선의 역학:감정을 그리다’ 전시가 지난 5월 6일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는 공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성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The Drawing>展은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 자동차공학과의 ‘자동차 Adventure Design’ 수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전시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해당 전시는 본교 동양화과 학우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전시 지도를 맡은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 이동헌 교수는 ‘기획의 글’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협업을 통해 창출된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예술과 과학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고, 두 영역 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공학과 학우들의 스케치를 미술 전공자의 시각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평면 작업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관람객과 참여 학우 모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번 전시에서 이 교수와 함께 공동지도를 맡은 본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안진의 교수는 두 학교, 두 학과 사이의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힘썼다. 안 교수와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의 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안 교수는 지난해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에서 진행한 <The Drawing> ‘숨 쉬는 기계’전에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안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꽃잎이 펼쳐지듯 움직이는 포탄에 꽃을 그려 출품했었다”며 당시 작품을 회상했다.
이번 <The Drawing> ‘선의 역학:감정을 그리다’ 전시는 안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안 교수는 “(지난해) 전시 뒷풀이 자리에서 가장 미래적인 이미지의 자동차공학과 가장 전통적인 이미지의 동양화, 어쩌면 양극단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두 개의 전공을 만나게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 전공의 만남이 창작에서든, 교육에서든 의미 있는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 교수는 두 분야의 연결고리로 ‘호기심’을 제시한다. 안 교수는 “드로잉을 싫어하는 공대생, 기계와 친하지 않은 동양화 전공생들이 서로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는 창작에서든 개발에서든 향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생소한 두 분야의 협업이 학우들로 하여금 호기심이라는 강력한 표현 수단을 자신의 내면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에 <자연의 것>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한 정혜인 학우(동양화과 23)는 두 분야의 연결고리로 동일한 영감의 원천을 가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정 학우는 “자동차공학은 외관만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 주행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연구하고 만든다”며 “이는 대상의 본질과 사물의 내면을 살피는 동양적 사상이나 동양화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둘러싼 환경을 모티브로 작품을 시작하는 동양화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는 공학적인 디자인은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진 셈이라고 정 학우는 설명한다.
정 학우의 작품 <자연의 것> 역시 이러한 생각을 잘 드러낸다. 이번 협업은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학우들이 지난 학기 진행했던 기계 관련 스케치를 본교 동양화과 학우들이 전달받고, 해당 이미지들을 탐색하며 각자의 작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미지로 부품 드로잉을 선택한 정 학우는 이를 자연물 형태로 재구성하여 식물처럼 보이게 그려냈다. 정 학우는 “자연물과 기계 부품이 겹쳐 보이는, 식물인듯 기계 부품인듯 오묘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며 작품의 주제의식을 설명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본교 동양학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도 이루어졌다. 전시 지도교수로 참여한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 이동헌 교수는 자동차 실물을 축소한 모형을 통해 자동차의 구조나 공대생들의 드로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시의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한 김진우 작가 역시 특강에 참여하여 엔지니어이자 설치미술가로서 융합적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학우는 “이동헌 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자동차공학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김진우 작가님의 특강을 통해 예술과 공학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들으며 작업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교수는 새롭고 다채로운 해석을 위해 전시 공간의 여건상 지정된 크기의 평면 작업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 외에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우들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작업의 기반이 되는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표현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거나, 선택한 이미지를 자유로운 해체와 재구성을 강조한 안 교수의 피드백은 동양화과 학우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안 교수는 “(동양화과) 학생들이 처음에는 공대생들처럼 각종 부품의 이미지를 따라 그리거나, 그려진 이미지에 콜라주를 하는 등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힌 뒤, 이후 “자동차의 배면을 임금의 행차도처럼 표현하거나 자동차 앞바퀴 액슬, 허브, 휠을 우산대처럼 표현하며 감정을 이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됐다”고 역설했다. 본교 동양화과 학우들의 작업물은 다시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학우들에게 공유되며 예술가는 어디에서 반응하며, 영감을 받고, 다시 재창조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안 교수는 자동차공학과와 동양학과의 공동 교육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헌 교수와 김진우 작가가 동양화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듯, 2학기에는 안 교수가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에서 미술 관련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두 전공의 공동 교육과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내년부터 가능하다면 <The Drawing> 전시가 본교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해당 전시는 교육 목적상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 가장 먼저 전시되고, 이후 국민대학교로 이동하여 개최된다. 안 교수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The Drawing> 전시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국민대학교, 본교 3곳을 거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정 학우 역시 “자동차공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접하고, 이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동양화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시 참여의 소감을 밝혔다. 정 학우는 “더 많은 (협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제 자동차공학 원리를 응용한 입체 설치 작업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다”며 새로운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시를 기획하신 모든 분들과 안진의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태섭 기자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장예찬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