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 예술 전시기획 소모임, 시오:리 단체전 ‘초핵심: 정체성은 이주한다’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다운 전시가 이뤄지다
지난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미술대학 공식 예술 전시기획 소모임인 ‘시오:리(SHIO:RI)’의 단체전이 시드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단체전의 주제는 ‘초핵심’으로 이는 세 개의 단어로 구성된 복합 개념이다. ‘초’는 무언가 태동하는 가장 원초적인 상태를 포착하고, ‘핵’은 변하지 않는 중심이자 정체성의 근원을 상징한다. ‘심’은 정체성이 스스로 발현되는 과정을 뜻한다. 전시는 이 세 단어를 통해 처음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가능성과 자아를 담아내며, 관람자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시오:리는 수업 과제를 넘어, 스스로 작업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자발적 소모임이다. 미술대학 11개의 학과 소속이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단체전 역시 기획과 작업의 전 과정을 참여자들이 함께 꾸려간다. 이번 전시에는 목조형가구학과, 시각디자인학과, 도예유리과, 조소과, 동양화과, 회화과, 예술학과, 판화과로 총 8개 학과가 함께 참여했다. 특히 예술학과 학생들이 전시의 방향성과 주제 설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작품뿐 아니라 전시 전체의 기조를 탄탄히 다졌다.
‘초핵심’ 전시는 정체성이 태동하고 구성되는 과정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 시도이자, 미술대학 내 다양한 전공의 시각이 조화를 이룬 실험의 장이었다. 본 기사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부 작품을 발췌해 소개하고자 한다.
목조형가구학과 안정빈 - 「고사리」
안정빈 학우는 ‘초핵심: 정체성은 이주한다’라는 주제 아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모티프로 삼아, 확장과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식물의 특성에 주목했다. 특히 고사리의 이파리를 밴딩 기법을 활용한 나무 조형물로 이를 시각화했다. 물리적 변형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자아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각디자인학과 원다혜 – 「배설」
원다혜 학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나열하는 방식만으로는 정체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스스로를 ‘작업적 발상의 배설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녀는 지금까지 만들어 온 프로토타입을 하나의 설치물로 재구성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평면 작업 위주인 시각디자인 전공의 한계를 넘어, 입체와 설치로 표현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이미지의 ‘원형성(오리지널리티)’에 주목하며, 돌 위에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평면과 물성 사이의 긴장을 표현한 점이 특징적이다.
회화과 김민주 – 「Eve(이브)」
김민주 학우는 ‘오리지널리티’라는 개념을 탐색하며, 그 출발점을 근원적인 이미지에서 찾았다. 서기의 기원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된 이미지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였다고 말했다. 고전 조형물의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그것이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작업은 아날로그의 물성을 강조하기 위해 판화 기법으로 기본 구조를 찍고, 여기에 도형을 활용한 수작업과 페인팅을 더했다. 디지털 이미지의 흐름과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원형 이미지가 재구성되는 과정을 매체적으로 풀어낸 실험적 시도다.
시각디자인학과 심가 – 「아우라, 공감각: 더 시각화」
심가 학우는 수업 중 제작했던 아카이브 북 작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발전시켰다. 감정을 색으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를 주제로,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화에 더욱 집중했다. 8장의 포스터로 확장된 작업은 감정의 색채적 표현을 탐색하는 동시에,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심가 학우는 관람자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포스터뿐 아니라 설치 작업과 리소 인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전시의 층위를 넓혔다.
시오:리의 단체전은 미술대학의 11개의 과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적 목소리를 만들어낸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가 많은 학우들에게 더 소통의 장이자, 다양한 예술적 체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오:리는 오는 5월 중 13기 신입 리크루팅을 기획하고 있어, 학우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황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