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훈 애니메이션 감독과 함께한 <무녀도> 특강
한국 애니메이션을 말하다
지난 4월 2일, 세종캠퍼스 세종관 101호에서 영상 애니메이션 학부 주최로 <무녀도> (2021) 상영회 및 안재훈 감독 초청 특강이 열렸다. 행사는 박세혁 교수와 김찬수 교수가 진행했으며, 안재훈 감독은 자신의 작품 세계와 한국 애니메이션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학생들과 깊이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안재훈 감독은 2000년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를 통해 <소중한 날의 꿈> (2011), <메밀꽃 필 무렵> (2014), <운수 좋은 날> (2014) 등 한국 단편 문학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는 2018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소나기>(2017)로 장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무녀도>(2021)로 콩트르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특강은 안재훈 감독의 작품 <무녀도> (2021) 상영을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무녀도>는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으로, “70~90년대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의 공백을 메우고자 시도한 영화”라고 감독은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흐름에는 “지금 젊은 세대가 보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외국 것임에도 모국의 것처럼 느끼는 공백의 시간”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단절되었던 시기를 메꾸고, 한국의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에게 창작의 뿌리와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밝혔다.
안재훈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입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풀어내기도 했다. 그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의 장단점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원작이 존재할 경우의 최종 목표는 감독이 각색하는 부분을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원작에 대한 사전 자료 조사 또한 꾸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무녀도>의 경우, 코로나 시기에 제작을 진행하면서 직업의 소멸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워지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무녀도>(2021)에는 단순한 원작 각색을 넘어, 지금 우리가 잊어가는 것들에 대한 안재훈 감독의 고찰이 담겨있었다.
강연 말미에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담긴 질문들이 이어졌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창작자가 지녀야 하는 자세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안재훈 감독은 “처음 필름 애니메이션을 시작했을 땐 디지털로 색을 칠할 날이 올 줄 몰랐지만, 기술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빗대어 답변했다. 그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배척하지 않고 빠르게 익히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창작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애니메이션을 하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습관은 독서”라고 말하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글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결국 창작의 원천이 된다고 조언했다. 작업 도중 막힐 때도 책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적이 많았다며, “작품을 완성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특강을 마무리하며 감독은 “우리가 살아온 삶을 담아낸 것이 아류일 수는 없다”고 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적 배경과 정서,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강에 참석한 영상애니메이션학부 3학년 학생은 안재훈 감독의 특강이 마치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었떤던 토론장 같았다며, 가장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구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은 안재훈 감독의 창작 노하우를 전달하는 시간을 넘어, ‘왜 한국 애니메이션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하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