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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과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디자인컨버전스학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세종시에 무인양품이 오픈한다면
작년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세종 라이콘타운에서, 그리고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무인양품 서울 강남점에서 ‘무(無), 세종시를 담다’ 전시회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본 전시는 글로벌 브랜드인 무인양품, 세종창조경제센터, 조형대학 디자인컨버전스학부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자리로서, ‘세종시에 무인양품이 오픈한다면 어떤 오브젝트가 론칭(launching)되어야 할까?’를 테마로 하였다. 디자인컨버전스학부 30명의 학우들은 Contextual Object Design(2) 수업(지도교수 이상훈)과 연계하여 로컬의 해리티지(heritage)에 담겨있는 사유(思惟)를 사물(思物)로 재해석하는 내러티브 디자인을 선보였다.
무례(MU:例)
권문진, 김정현, 문수혁, 최민준, 황대훈
무례는 ‘없을 무(無)’와 ‘법식 례(例)’를 결합한 이름으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팀이다. 무례가 제작한 ‘여백 가구’ 제품은 사용자가 직접 여백의 공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해, 무인양품의 철학이 지향하는 ‘자유로움’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권문진 학우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세종 지역의 특성을 가구에 담아내기 위해 여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탐구하였으며, 문수혁 학우는 비워진 공간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여백의 미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들은 프로젝트 과정에서 도시 구조를 ‘가구’라는 작은 범위에 담아내는 것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팀원들끼리 협력하며, 기존 가구와 차별화된 요소를 추가하며 무례만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만들어 해결해 나갔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무인양품의 철학인 ‘과하지 않음’과 ‘불필요한 요소의 최소화’를 지향하여 간결함을 강조하였다. 편집 디자인 또한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며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본질적인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세종본(世宗本)
노우현, 박민제, 박지겸, 전채원, 허빈
1972년, 조치원에 지어진 산일제사공장은 누에고치 실을 뽑는 잠사업 공장으로 시작해 세종여자고등학교의 임시 교사, 그리고 종이를 생산하는 한림제지 공장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세종본 팀은 이러한 역사와 형태를 담아 무인양품에서 버려지는 종이를 재활용한 데스크 제품 시리즈를 선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노우현, 박지겸, 허빈 학우는 제품에 담긴 역사를 형체로 알아볼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들은 무인양품에서 나오는 폐지와 박스를 직접 갈아 종이죽으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종이의 특성과 제작 난이도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재질이 갈라지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고, 물풀 비율 조정과 종이 섬유 배합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제작 과정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종이의 완성도와 마감을 높이며 지속 가능한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종본의 데스크 제품 시리즈는 무인양품의 철학인 ‘버려지는 것의 재활용’과 ‘포장의 간략화’를 충실히 반영하였다. 폐지를 활용한 제품들은 간단한 띠지 형태로 포장되어 형태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불필요한 장식이 배제된 디자인으로 구현하였다.
무플레이스(無PLACE)
이유진, 이채연, 김주희, 장은혜, 신영환
무플레이스는 지역과의 상생을 고민하며 기획된 무인양품의 오픈 무지(open MUJI) 컨셉을 바탕으로, 거창한 매장의 형태보다 삶 속으로 스며들어 로컬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취지를 가진 팀이다. 조치원 기반의 인디 가수 안은선과 협업하여 음악 커뮤니티 공간을 선보임으로써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주희, 이유진 학우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특히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하며 직접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장은혜 학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었고, 로컬과 맞닿아 있는 점을 깊이 탐구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무플레이스는 무인양품의 슬로건인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기반으로 로컬의 삶에 과하지 않게 스며드는 공간을 지향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문화를 위한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하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두잉무지(DOINGMUJI)
박주원, 홍채은, 최은지, 전은정, 권민주
두잉무지는 세종의 과거 이름인 ‘두잉지’와 무인양품의 ‘무지’를 결합해 만든 팀으로, 세종이 가진 ‘엮임’의 의미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두 개의 강이 만나 엮인다’는 뜻에서 출발해, 사람 간의 따뜻한 연결을 발견하고 이를 짚풀 엮임 패턴으로 재해석하여 세종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전하고자 하였다.
전은정 학우는 사람들 간의 엮임을 따뜻하게 표현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박주원 학우는 세종 전동면의 짚풀공예사업단과 교류하며, “짚풀을 엮는 과정은 단순히 공예를 넘어, 사람들이 둘러앉아 안부를 나누고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장인들의 마음을 담아 제품을 기획하였다. 홍채은 학우는 가구와 오브제에 패턴을 적용하는 다양한 시도 끝에, 사람들이 가장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인 패브릭을 디자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잉무지는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공예의 가치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도 짚풀 공예처럼 따뜻한 연결과 감성이 전해지길 바랐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이승민, 박태빈, 오현우, 김서윤, 허홍
무위자연은 세종시에 찾아오는 철새를 모티브로, 조치원의 문학적 서사를 대입하여 제품을 제작한 팀으로서, 무인양품과의 협업을 통해 사용자의 독서를 돕는 독서링을 선보였다. 이 독서링은 미호강과 조천의 모래톱에서 잠시 쉬었다 날아가는 철새처럼, 문학이라는 언어의 강에서 잠시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허홍 학우는 무인양품의 철학인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를 바탕으로 “우리의 독서링은 최소한의 디자인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전달한다”고 강조하며, 사용자의 손가락에 편안하게 착용될 수 있도록 미니멀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독서링의 사포질과 마감을 손수 제작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하였다. 무위자연의 독서링은 자연의 철새가 쉼을 취하는 순간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시도다. 철새와 문학의 만남을 통해 독서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작은 쉼의 도구로 전환함으로써 무인양품의 미니멀리즘 철학과 자연의 가치를 동시에 담아내었다.
번조(BUNJO)
권지예, 김소연, 김지연, 장찬미, 진수민
팀 ‘번조(BUNJO)’는 조치원의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그 안에 지역의 역사와 서사를 담아내며 예술과 실용적인 제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길 원했다. 번조의 테라코타 디퓨저는 단순히 실용적일 뿐 아니라, 조치원의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제공한다.
김소연 학우는 “조치원의 역사 중 사라진 지명인 ‘섭골’을 대표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숯가마 터라는 섭골의 정체성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디퓨저를 제작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무인양품과 협업하며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조치원의 흙과 역사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수민 학우는 조치원 곳곳에서 흙을 직접 채취하며 재료를 연구했으나, 자연에서 가져온 흙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웠고 그 연구 과정이 길고 까다로웠다고 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 속에서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장찬미 학우는 “도자기를 매개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작업 과정에서 느낀 동료들과의 동지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디퓨저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선사한다. 번조는 조치원의 흙을 통해 자연과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일상의 제품으로 연결하며 지역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였다.
무인양품과의 협업 프로젝트는 디자인컨버전스학부 학우들의 창의적인 역량을 더욱 확장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지역의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도전적인 작품들은 학생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실험정신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미래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황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