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센터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의 '분리형 흡연부스
공공디자인으로 사회갈등 해결
2024년 10월 열리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서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의 사회 갈등 해결 디자인 '분리형 흡연부스'가 메인 전시 '공공디자인 실험실'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공공디자인연구센터는 금연구역과 공동 주거지에서의 간접흡연 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흡연 부스의 4대 핵심 요소(색상·거리·관점·메시지)와 세부 구성 항목을 매뉴얼화했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기존 흡연부스와 달리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구역을 구분하여 실효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공공디자인연구센터 이현성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1. 사회갈등 해결 디자인 과제로 '분리형 흡연부스'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형적 심미성의 디자인이 아닌 가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디자인을 활용하고자 공공의 문제를 탐색했습니다. 특히 공론화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WHO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에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연 종합대책 등 국가 담배규제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로 인해 공공기관에서는 금연을 얘기하긴 쉬워도 흡연과 관련한 지원시설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우리 학교 연구센터와 같은 민간 디자인연구기관이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공공간을 살펴보면 거리, 공동 주거지 등에서 간접흡연 문제로 인한 갈등과 폭행 사고가 빈번합니다. 따라서 실효적 공공공간으로 흡연공간과 부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특히 궐련 담배와 전자담배 사용자 사이에서도 일상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시민 호흡권 개선을 위한 흡연부스 운영방안’ 연구에 따르면, 최근 시민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접흡연 피해와 흡연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길거리 흡연구역 조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흡연구역 지정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시민들은 금연구역 지정보다는 흡연구역 지정을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흡연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 궐련 담배와 전자담배 사용자 간의 갈등을 줄이고 아이들에게 흡연 모습을 최대한 은폐할 수 있는 디자인적 지원을 사회 갈등 해결 디자인의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2. 분리형 흡연부스'의 4대 핵심 요소와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요?
분리형 흡연부스의 색상은 정보색채의 진출도를 강화하기 위해 무채색의 저명도를 기본으로 합니다. 흡연 관련 정보는 한국 산업 규격(KS A 3501)의 색채를 적용해, 초등학생이 부스를 바라볼 때 흡연 행위가 덜 보이도록 했으며, 흡연자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그라데이션 강화유리를 설치했습니다. 적정 반경(1.2m 이상)을 유지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고려해 흡연실 면적을 분할 배치했으며, 메시지 전달은 넛지(Nudge) 개념을 기반으로 유도와 권장의 형식을 취해 금연 의식을 높이고 금연 상담 유도 메시지를 연계했습니다. 또한, 읽기 쉬운 디자인을 적용해 흡연자들이 쉽게 흡연구역을 인지할 수 있도록 주요 지점에서 거리와 방향을 표기해 흡연구역으로 유도했습니다.
3.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구역을 구분하는 디자인의 필요성과 방법은 무엇인가요?
분리형 흡연부스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사용자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자 처음 시도된 공공디자인으로, 조사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들도 일반담배 연기에 큰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흡연공간을 분리하고, 각각 다른 출입구를 통해 출입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넛지 효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픽토그램 정보디자인과 사용자 행태를 기반으로 한 8가지 흡연부스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간접흡연 갈등 예방, 흡연 유형을 구분하는 픽토그램 및 웨이파인딩 디자인, 자연환기를 위한 지붕면 개방 디자인 등을 포함합니다. 이는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4. 이 매뉴얼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나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인식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 일반담배의 냄새가 가장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일반담배 연기의 냄새를 불쾌해하고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를 피하기 위해 일반 담배흡연자들과 거리를 두고 흡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담배 유형에 따른 거부감은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은 선진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사실, 디자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이를 줄여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여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건널목 폭염 방지 그늘막, 지하철 임산부 핑크색 좌석, 스쿨존의 옐로 카펫 등은 이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공공디자인 사례입니다.
이번 사회갈등 해결 디자인 과제로 '분리형 흡연부스'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금지나 강요 없이 배려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관과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슈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 대한 공감이라고 봅니다. 올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분리형 흡연부스가 시범 설치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설치 전후의 흡연자 행태와 만족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5. 이번 매뉴얼이 기존 흡연부스 디자인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공공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의 기능적 시설을 사회적으로 공공가치를 지니는 시설물로 바꿔놓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능성, 경제성과 심미성에 초점이 맞춰진 디자인에 안전, 배려, 편의라는 사용자 중심의 공공가치로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우리 사회에 더욱 적합하고 필요한 디자인이 나타납니다. 건널목의 폭염방지 그늘막과 스마트폰 좀비 신호등, 어르신 무단횡단 예방을 위한 장수의자, 스쿨존의 옐로우 카펫, 고속도로 갈림길의 세이프트 레인 등이 그러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분리형 흡연부스는 기존 단순 담배를 피우는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준 기능적 시설을 흡연자의 심적 편안과 어린이나 비흡연자들과의 분리 그리고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는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흡연자 사이의 잠재적 갈등을 예방하는 사용자 배려의 공공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제공하는 것에 있습니다.
6.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이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디자인은 '미적' 가치에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경영, 사회문제,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 가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전략적 확장은 디자인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공공디자인 법제 체계를 갖추고 이를 정책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공공가치를 구현하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되었으며, 다양한 사례들이 발현되는 이 시점에서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디자인 사례와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며, 앞으로의 디자인 혁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적 디자인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공공디자인 전공 연구생과 공공디자인 연구센터는 공공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사회, 경제, 문화 전문기관과 협력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 모델을 연구하고 직접 사회에 실천하고자 합니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이원준 기자